중대재해법 확대에 중소건설업계 ‘발 동동’…“문 닫으라는 것”
“중소건설사 존립·생계 위협…충분한 준비기간 필요” 열악한 인력·예산으로 안전관리체계 구축 어려워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중소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관련법 확대 시행으로, 중소·영세건설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31일 국회 앞에서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호소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기중앙회를 포함해 중소기업 및 건설업계 17개 협·단체가 참여했다.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다.
여야는 그동안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추가로 유예 적용 방안에 대해 논의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27일부터 50명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된다.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중소·영세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주장한다. 사장 1인이 꾸려가는 사업장이라면 형사 처벌 여파를 감당할 수 없고, 수사에서 재판까지 오랜 시간을 소요하다 보면 폐업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소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게 되면 건설기업 중 99%가 넘는 중소건설기업은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워 범법자가 양산되고,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기업의 96.8%가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종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안전관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충남지역의 한 중소건설사 대표는 “안전 관리 인력을 채용하려고 해도 지방에서 일하려는 인원이 없다보니 사람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채용한다해도 더 큰 규모 기업에서 데리고 가니 몸값만 더 비싸지는 형국이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남지역의 한 중소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집중된 영세 건설업계는 대부분의 기업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며 “안전 시스템을 구축할 만한 역량도 부족하고 관련 지원도 전무한데 처벌만이 능사라는 건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는 영세 중소 건설업계가 제대로 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규제 개선과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대표이사가 실형을 살게 되면 부도 폐업이라고 봐야 한다”며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민생만 바라보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2년 유예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