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사스' 도입으로 디지털 전환 속도…효율성·실적 두토끼 잡기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통해 업무 환경 변화 활용 문턱 낮추기 위한 제도정비 노력 필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올해를 '디지털 전환'의 원년으로 삼은 보험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속속 접목하면서 효율을 높이고 있다.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각종 디지털 기술을 통해 업무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는 보험사들은 효율성과 실적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단 각오다.
다만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관련 제도 마련을 통해 디지털 시스템 활용 문턱을 낮춰야 보험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더욱 확장될 수 있다는 것. 금융당국 역시 이러한 보험사들의 요청을 경청하고 관련 펀드를 조성하는 등 도움을 줄 예정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내부 업무 시스템에 도입하고 있다. 앞서 8개 보험사(교보생명·흥국화재·BNP파리바카디프생명·동양생명·AXA손해보험·ABL생명·삼성생명·KB라이프)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받아 내부망에 MS SaaS를 사용하고 있다.
SaaS는 내 컴퓨터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도 인터넷 브라우징을 통해 필요한 기능들을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일종이다. 인터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설치 없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교보생명의 경우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후 시스템 구축에 나서 올 1월 SaaS를 업무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교보생명은 시범 운영을 통해 SaaS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또 자료 취합 과정에서의 데이터 누락 등 리스크 요소가 줄어들고 부서원 간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로 업무 효율이 대폭 늘었다는 설명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전체 직원이 내부망에서 SaaS를 사용할 수 있게 돼 자유로운 의견 공유와 빠른 의사 결정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조직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에게 디지털 혁신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DB손해보험도 최근 업무 자동화 시스템 RPA(Robotics Process Automation)을 도입했다. RPA는 사람의 작업을 모방해 자동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로봇을 쉽게 빌드, 구현 및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단순 업무에만 적용했던 RPA 시스템을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업무에도 적용한 DB손해보험은 기존에 영업조직이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했던 고객 맞춤형 컨설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RPA를 단순 반복적인 업무 적용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챗GPT, 생성형AI, 오픈API 등 다양한 신기술과 RPA를 융합해 업무 자동화에 속도를 높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새롭게 구축한 '급부 조합형 상품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라플보험'을 출시했다. 플랫폼에 다양한 보장 급부를 미리 준비해 놓고 상품 콘셉트가 정해지면 급부를 구성해 바로 상품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 업무 생산성 향상 통해 실적까지 잡아
올해를 '디지털 전환' 원년으로 선언한 보험사들은 시스템 개선·개발을 통해 업무 환경 변화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어려웠던 클라우드·오픈소스 이용 확대 등을 개선하면서 업무 생산성을 향상시켰고 이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보험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디지털 시스템 개발·보급으로 인해 고객을 위한 서비스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AI 기술 등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서비스 관련 대응이 좀 더 편해졌고 상담 등의 업무가 효율성을 갖추면서 고객 만족도와 실적 모두 올라갔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보험사의 경우 클라우드 시스템과 더불어 보험 가입 희망자의 계약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의사결정 과정인 '언더라이팅'에도 AI 기술 등을 도입하면서 효율성과 수익성을 모두 가져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사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금융당국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관련 제도 개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aaS 등의 시스템이 보험 업계 전반으로 확장되기 위해선 제도 개선은 물론 규제 완화 등의 움직임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는 것.
이에 금융당국도 펀드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보험사의 디지털 확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SaaS 혁신펀드'를 조성하기로 했으며 다음 달 15일부터 30일까지 운용사 2곳을 모집한다.
이 펀드는 과기정통부가 SaaS를 중점 투자 분야로 해 처음 시도하는 펀드로, SaaS 분야 스타트업·중소기업 등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이라는 분야 자체가 과학과 뗄 수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며 "각종 규제 완화,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시스템이 업계 전반에 깔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