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특약' 대폭 늘려 소비자 공략
젊은층 타깃팅한 맞춤 상품 출시
필요한 보장 달라 가입 시 선택 중요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보험 업황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DIY(Do it Yourself·사용자 직접 제작)형 보험을 연이어 출시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선택과 집중에 특화되어 있는 MZ세대를 공략하고 불황을 타개할 핵심 상품으로 전보다 강화된 DIY 보험을 내세우고 있는 보험사의 전략이 고객들에게 적중하면서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다만 보험 상품 자체가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으로 인해 자신의 보험을 직접 설계하려는 수요가 꾸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보험사도 이러한 지적에 공감하고 용어나 주요 보장 개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편의성 개선에 대한 노력을 강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특약'을 대폭 늘려 기존 상품들과 차별화한 DIY 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고객들도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혜택·보장은 물론 보험료까지 줄어드는 DIY 보험 상품에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해 중증 무릎 관절, 척추 수술, 독감, 응급실 내원 등 업계 최다인 144개의 특약을 보장하는 '다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 상품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기존 건강보험보다 합리적인 보험료로 상품 경쟁력을 갖췄단 평가를 받으면서 출시와 동시에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합리적 보험료로 고객이 필요한 보장을 직접 선택해 설계할 수 있는 DIY 상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도 지난달 고객 맞춤형 건강보험 '신한 통합건강보장보험 원(ONE)'을 출시했다. 진단비와 입원비·수술비 등 개인의 보장 니즈에 따라 100여 가지 특약을 맞춤형으로 조립할 수 있다. 입원 기간을 △30일 △60일 △180일로 나눠 보험료를 낮출 수 있는 '첫날부터 입원특약', 가입자가 원하는 수술을 골라서 선택할 수 있는 '신수술 특약' 등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KB손해보험도 2030세대 소비자를 '정조준'한 'KB 5.10.10(오텐텐) 플러스 건강보험'을 개정 출시했다. 이 상품은 나이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차등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15세부터 40세까지를 1종, 41세부터 65세까지를 2종으로 분류해 사고 위험이 낮은 1종 고객 대상 보험료를 더 낮추고 12가지 납입 면제 사유를 확대하는 등 혜택을 늘렸다.
이외에도 라이나생명의 '다이렉트 골라담는 건강보험', 흥국생명의 '다사랑 통합보험', 하나생명의 '손안에 골라담는 건강보험' 등도 다양한 특약을 앞세워 맞춤 전략을 가져간 보험 상품으로 꼽힌다.
◇ MZ세대 공략하려 DIY 보험 선택
보험사들이 연이어 DIY 보험을 강화하거나 개정해 출시하는 이유는 보험을 가입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비싸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맞춤 구성을 통해 젊은 세대의 부담을 낮춰 수요를 끌어오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MZ'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보험 가입자들도 이러한 DIY 상품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이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보험 상품을 본인이 설계할 수 있고 비용과 보상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DIY 보험 가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삼성생명은 '다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1' 상품이 큰 인기를 끌자 다음 달 현재 상품을 업그레이드한 '다모은 건강보험 필요한 보장만 쏙쏙 S2'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유의 저렴한 보험료도 DIY 보험이 MZ세대의 선택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소득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젊은 세대가 보험 가입을 가장 망설였던 원인에는 '보험료가 비싸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가입자가 원하는 보장만 구성해 보험료를 낮추면서 이러한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실제 일부 손해보험사의 여행자 보험 등은 필수 가입 담보 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보장만으로 설계를 하고 설계 내용에 따라 100원 미만의 상품도 가능하다.
보험사 관계자는 "자신이 선택한 상품에 대해서는 비싸더라도 지갑을 여는 것이 젊은 세대다"라며 "앞으로 DIY 보험이나 다른 상품과 결합된 임베디드 보험 등이 새로운 보험 상품으로 부상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 필요한 보장 각각 달라 가입 주의
다만 일각에선 DIY 보험에 대해 추후 필요한 보장을 받지 못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또 보험 상품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인식이 많다는 점이 DIY 보험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보험연구원의 2019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 중 자신의 보장내역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55.1%에 불과했다. 아직까지 자신의 보험을 직접 설계하려는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설계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출시된 DIY보험이 흥행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DIY 보험이 성공하기 위해선 설계사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플랫폼 사업이 발전해야 DIY 보험도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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