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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스크 지급 없애고 경영진 총출동한 삼성전자 주총

단상 높이 낮추고 '주주와의 대화' 시간 마련 경영진 13명 참석...주주와 소통 강화 의지 SK하이닉스 대비 주가 부진 지적 목소리 많아

2024-03-20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내부. 사진=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언한 기자] "어? 이번에는 마스크를 안 주네요." 20일 오전 8시25분경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앞. 개인 투자자들이 하나둘 입장하기 시작한다.

이날 오전 8시45분까지 행사장 앞은 노조와 시민단체의 시위 없이 조용했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접수된 집회 신청도 없었다.

삼성전자의 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코로나19 방역체제다. 지난해 방역 대응 태세가 엔데믹 분위기 속에서 크게 완화됨에 따라 주주명부 확인을 거친 주주들에게 지급되던 손 소독제와 마스크가 사라졌다. 다만 주주들의 발언이 있을 때마다 마이크 커버를 교체하는 방식은 유지했다.

현장을 찾는 주주들을 위해 동선도 바꿨다. 지난해까지는 1층과 3층에 주주 입장을 위한 등록 데스크가 있었지만 올해는 1층으로 일원화했다. 3층에는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통해 제조 및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은 중소기업 12개사의 제품 등이 전시됐다.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원활한 소통에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주주총회장 단상 높이를 낮췄다. 의장이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습에서 탈피하고, 주주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오전 삼성전자의 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앞. 사진=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주주와의 대화' 시간도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를 위해 13명의 경영진이 출동했다. 삼성전자의 성장 전략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참석한 경영진은 (앉은 자리 순서순)△한종희 DX부문장 △박학규 경영지원실장 △노태문 MX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용석우 VD사업부장 △김용관 의료기기사업부장 △전경훈 DX CTO △이영희 글로벌마케팅실장 △송재혁 DS CTO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경계현 DS부문장 등이 차례로 앉아 주주들의 질문에 답했다.

이날 오전 8시40분까지 수원컨벤션센터 1층 입구에서 주주총회장 앞까지는 대기 줄이 없었다. 2021년부터 도입된 온라인 중계를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주총회장 안에서는 송곳 같은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가가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보다 크게 부진하다며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날 9시50분 기준 삼성전자의 주가는 7만3800원, SK하이닉스는 15만9100원이다.

삼성전자의 55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경기 수원컨벤션센터 내부. 사진=삼성전자 주주총회 영상 캡처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해 초 14만1500원에서 출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초부터 '8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쉽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한 개인 주주는 "10년 전 누구나 인공지능(AI) 시대의 도래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고대역폭메모리(HBM)로 인해 파장이 큰 상황"이라면서 "이에 따라 (반도체에서) 적자를 쓰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흑자가 나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에 큰 반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하는 바람에 큰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라며 "트렌드를 읽었으면 거기서 비즈니스 인사이트가 나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장기간 주가 부진에 개인 투자자 이탈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이 1% 미만인 소액주주는 467만2039명이다. 2022년말 소액주주 수 581만3977명과 비교해 114만1938명 감소했다.

삼성전자 최대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가 강한 파업 의지를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주주는 "노조 없는 경영을 지금까지 이어왔는데 파업 위기까지 올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노동 관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용한 모든 것을 동원해 생산 차질을 막는데 집중하겠다"면서도 "노사 상생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했다.

한 부회장은 또 "메모리 시장의 회복으로 올해 실적 회복이 예상된다"며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은 있지만 주가상승 여력이 있다. 견조한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의장을 맡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개인 주주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위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만간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콘티넨탈의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차랑용 디스플레이 등 전장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현재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이날 주총장 앞에서 기자와 만나 콘티넨탈의 전장사업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주총장에서 한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인수·합병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면서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했고, 20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금은 더 큰 인수합병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