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영업익 92% 추락...위기감 반영해 ‘임원 주 6일 근무’ 확대
4대그룹 중 현대차그룹만 작년 43% 상승 CXO연구소 조사결과 LG그룹은 영업적자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민병무 기자] 국내 4대 그룹 영업이익이 지난해 65% 이상 폭락하며 대한민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그룹 전체 영업이익 1위를 유지해오던 삼성그룹은 1년 새 90% 넘게 감소하며 현대차그룹에 영업이익 왕좌 자리까지 내줬다. 삼성그룹은 이에 따른 위기감을 반영해 ‘임원 주 6일 근무’를 모든 계열사로 확대하는 등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은 현대차와 기아의 약진에 힘입어 2022년 대비 2023년에 40% 이상 늘어나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기세를 떨쳤다. SK그룹은 80% 가량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LG그룹은 영업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내 4대 그룹 주요 국내 계열사 2022년과 2023년 영업이익 변동 현황’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4대 그룹에 포함된 국내 계열사 306곳의 지난해 영업익 총액은 24조5180억원에 그쳤다. 2022년 이들 기업의 영업익 규모가 71조9182억원에 달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1년 새 47조4000억원 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영업익 감소율은 65.9%에 이른다. 4대 그룹의 국내 비중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경제에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4대 그룹별로 살펴보면 삼성그룹의 영업익 감소액이 가장 컸다. 삼성 계열사 59곳의 2022년 영업익 규모는 38조746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조8363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1년 새 35조원대의 영업익이 사라진 것이다. 감소율은 무려 92.7%다. 삼성그룹 전체 영업익 규모로는 매우 초라한 성적표였던 셈. 여기에는 2022년 25조3193억원의 영업익을 올리던 삼성전자가 작년에는 되레 11조5262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것이 결정타였다.
삼성전자 이외에 ▲삼성전기 6749억원↓(2022년 7996억원→23년 1247억원) ▲삼성디스플레이 6302억원↓(4조3998억원→3조7696억원) ▲삼성SDI 4225억원↓(1조108억원→5883억원) 등도 1년 새 영업익이 1000억원 넘게 하락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2022년 9151억원 영업적자에서 허덕이다 작년에는 2569억원 이상 영업흑자로 돌아서 대조를 보였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도 2361억원(9680억원→1조2041억원) 이상 영업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 계열사 135곳을 대상으로 한 영업익 규모도 2022년 19조1461억원에서 2023년에 3조9162억원으로 1년 새 15조2299억원 감소했다. 영업익 하락률도 79.5%로 80%에 육박했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와 SK에너지 두 곳의 영업익 하락세가 악재로 작용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만 해도 영업이익이 7조6609억원에 달했는데, 작년에는 4조6721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1년 새 12조원 이상 쪼그라들면서 그룹 전체의 영업익 구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SK에너지도 2조5923억원에서 4018억원으로 1년 새 2조원 이상 영업익이 증발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과 SK(주)는 1년 새 4000억원 이상 영업익이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SK이노베이션은 6113억원에서 1조2354억원으로 영업익이 늘어나면서 작년에 영업익 1조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SK(주)도 1조1086억원에서 1조5504억원으로 4417억원 이상 증가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유일하게 현대차그룹만 영업익이 40% 넘게 증가해 이목을 모았다. 조사 대상 50개 계열사의 2022년 영업익은 12조5827억원 수준이었는데, 작년에는 18조362억원으로 5조4535억원 이상 증가했다. 영업익 증가율만 해도 43.3%로 40%를 상회했다.
현대차의 영업익을 견인한 데는 주력사인 현대차와 기아의 역할이 빛났다. 현대차는 2022년 2조8285억원에서 2023년에 6조6709억원으로 3조8424억원 증가했고, 기아도 3조8억원에서 6조3056억원으로 3조3047억원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현대차 그룹 계열사 가운데 현대제철은 1조4647억원에서 6503억원으로 영업익이 8143억원 줄었고, 현대글로비스는 1조5957억원에서 1조565억원으로 영업익이 5391억원 쪼그라들어 현대차 그룹의 그림자가 됐다.
LG그룹의 지난해 영업익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LG그룹 계열사 48곳의 2022년 영업익은 1조4429억원이었는데, 작년에는 2707억원 넘게 영업적자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는 1107억원에서 5767억원으로 4659억원 넘게 이익이 증가하며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LG디스플레이가 작년에 3조8841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데다, LG화학도 2022년 1조522억원 영업익에서 작년에 1091억원 적자로 주저앉으면서 그룹 전체 영업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4대 그룹 중 단일 기업으로 보면 현대자동차가 작년 영업익이 6조6000억원 이상으로 1위로 등극했다. 기아는 6조3000억원대로 넘버2 타이틀을 거머줬다. 반면 삼성전자는 작년에만 11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보면서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SK하이닉스도 4조원대 적자를 보며 삼성전자 다음으로 영업적자가 컸다. 2022년에 국내 계열사 중 영업이익 1~2위에 오르내리던 최우등생이 작년에는 꼴찌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국내 핵심 기업인 삼성, SK, LG의 영업익이 동반 하락하면서 대한민국 경제에도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경영 실적이 호전되겠지만, 중요한 것은 작년 대비 기준이 아닌 2020~2022년 상황과 비교해 얼마나 경영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라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장기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장르를 개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