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사다리’ 아파트 사전청약, 34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기약 없는 본청약 일정에 사업취소까지…'무용론' 확산 정부, 신규 공공 분양부터 중단…바로 본청약 시행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하수 기자]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이 가능해 무주택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제도가 2년 10개월만에 폐지된다.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아 당첨자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아파트 사전청약(이하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시행단지 관리 방안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전청약은 통상 아파트 착공 때 진행하는 청약 접수를 1∼2년 정도 앞당겨 받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으나 본청약까지 수년이 걸려 논란만 빚으며 폐지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이 빠르게 공급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주기 위해 재도입됐지만 본청약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일례로 사전청약 공급 이후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이 발견되는가 하면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 장애 요소가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일부 사전청약 단지들이 본청약 일정을 연기하는 사태도 대거 발생했다.
지난 2021년 첫 사전청약을 진행한 3기 신도시 공공분양 단지는 이미 본청약이 예정보다 1년가량 미뤄졌으며 인천 검단, 파주 운정 등에서 분양된 민간 사전청약 단지들도 예상보다 1년~1년 6개월가량 지연됐다.
본 청약 지연으로 분양가가 오르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불만도 거세졌다. 사업이 지연되는 기간 동안 원자잿값 상승분과 인건비 인상분 등이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사전청약 당시 분양가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본청약이 이뤄진 ‘인천 검단신도시 AB20-2블록(‘중흥S-클래스 에듀파크)의 경우 확정분양가는 전용면적 84㎡ A타입 최고가 기준 4억9800만원이었다. 이는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보다 약 10% 상승한 가격이다.
사전청약을 마친 단지가 사업을 포기한 사례도 잇따랐다. 우미건설 계열사인 심우건설은 지난 1월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에서 추진 중이던 ‘가정 우미린’ 아파트 사업을 포기했다. 인·허가절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부동산시장 여건이 악화하자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단지는 지난 2022년 4월 전체 308가구 중 278가구에 대해 사전청약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3월 본청약을 받고, 2025년 11월 입주 예정이었다.
이에 국토부는 사전청약을 더이상 시행하지 않고 신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사전청약 없이 바로 본청약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본청약이 6개월 이상 지연된 단지의 사전청약 당첨자에 대한 지원 방안을 함께 내놓았다.
본청약 때 계약금의 비율을 기존 10%에서 5%로 낮추고, 중도금 납부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여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 사전청약 단지의 경우 당첨자의 주거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 추진 일정을 본청약 1, 2개월 전보다 훨씬 일찍 통보하기로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9, 10월 본청약 예정 단지 중 사업 지연이 예상되는 7개 단지(5667가구) 당첨자에겐 이달 중 사업 추진 일정을 안내할 계획이다. 또한, 신혼가구 등 사전청약 당첨자에게는 전세임대를 추천·안내해 지원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공공 사전청약 단지 99곳에 지구별로 LH 담당자를 배치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점검하고, 국토부·LH 간 협의체를 구성해 사업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사전청약의 제도적 한계를 고려해 올해부터 사전청약 시행을 중단하고, 기존 사전청약 사업 단지에서 불가피한 사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관련 사실을 미리 알려 사전청약 당첨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