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없애고 연회비 20만원으로 상향...카드사들 프리미엄 카드만 내놓는 이유
수익성 강화된 포트폴리오 구축 10만원 이상 프리미엄 카드 봇물 수익성 등 장점 많아 기조 유지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조달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카드사들이 수익성이 강화된 카드 포트폴리오 구축에 나섰다. 연회비 1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카드 시장을 확대해 신용도가 높고 연체 위험이 낮은 우량 차주 확보하고 연회비라는 고정수익도 챙기면서 건전성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반 고객들은 카드사의 프리미엄 카드 확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혜택이 좋은 알짜카드는 속속 단종하고 소비가 큰 우량고객만 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카드사는 수익성 악화로 인한 카드 단종은 인정하면서도 알짜카드들의 혜택은 다른 카드를 통해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 '현대카드 Summit(써밋)'을 선보였다. 써밋은 교육·의료·여행 등 일상 영역에서 월 최대 2만원 한도로 5% 적립 혜택을 지원하는 카드다. 연회비는 20만원으로, 기존 프리미엄 카드인 'the Green Edition2'(더 그린 에디션2)·'the Pink'(더 핑크)와 유사한 수준이다. 더 그린 에디션2와 더 핑크의 연회비는 모두 15만원이다.
하나카드도 다음 달 중 프리미엄 브랜드인 'JADE'(제이드)의 후속 상품을 출시한다. 지난 2월 제이드를 신규 론칭하고 첫 카드로 'JADE Classic'(제이드 클래식)을 선보인 지 4달 만이다. 후속 상품은 3종으로 출시되며 연회비는 30만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 역시 지난 3월 쇼핑 특화 프리미엄 카드 '카드의정석 Dear(디어)' 2종을 출시했다. 디어 시리즈 중 'Dear, Shopper'(디어 쇼퍼)는 패션·백화점·아울렛·생활에서 5%를 특별 적립해 주는 카드다. 'Dear, Traveler'(디어 트래블러)는 호텔·항공·숙박 등 여행 업종에서 5% 특별 적립을 지원한다. 연회비는 2종 전부 15만원이다.
삼성카드는 새 카드 브랜드 디 아이디(THE iD)의 프리미엄 브랜드 티타늄과 플래티넘을 선보였다. 티타늄의 연회비는 해외 겸용(비자) 70만원, 플래티넘의 경우 해외 겸용(마스터) 22만원이며 25만~27만원 상당의 호텔·골프·패션·면세점 상품권 중 매년 두 가지의 기프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월 이용 금액 충족 시 국내외 공항 라운지 본인 무료 혜택도 연간 12회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세계 최대 호텔 그룹 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글로벌 호텔 멤버십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를 내놨다. '메리어트 본보이TM 더 베스트 신한카드'로 연회비는 비자 시그니처 26만7000원, 국내 전용 26만4000원이다. 카드 주요 혜택으로는 연간 25박 숙박을 해야 받을 수 있는 '골드 엘리트' 등급을 카드 보유 기간 기본 제공한다. 이용 실적에 따라 '플래티늄 엘리트' 등급으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롯데카드는 프리미엄 상품으로 '디지로카 모나코'(Monaco)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 카드는 온라인 쇼핑몰 할인에 MZ세대 선호 주요 온라인 업종 할인 등 디지털 통합 혜택을 준다. 또 최대 2% 캐시백 및 수수료 없이 최대 10개월 나누기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로카 프로페셔널'(LOCA Professional) 카드가 있다. 연회비는 각각 12만5000원, 30만원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헤리티지 스마트' 출시에 이어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4050세대와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헤리티지 리저브', 최상위 VVIP 고객을 위한 '헤리티지 익스클루시브'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다른 카드사들도 프리미엄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우량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비싼 연회비에도 프리미엄 혜택을 지향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우량 차주·연회비 등 다양한 장점 확보
이처럼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를 강화하는 이유는 △우량 차주 △건전성 △연회비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수년째 이어진 정부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이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해 우량고객 모집에 나섰다.
특히 프리미엄 카드를 발급한 고객은 연회비가 높은 만큼 주로 구매력이 높은 우량고객들이 가입한다. 이들은 소득에 비례해 결제 금액도 많아 신용판매 부문에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우량고객은 신용도가 높고 연체 위험이 낮기 때문에 프리미엄 카드 이용 고객이 늘어날수록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프리미엄 카드들의 높은 연회비도 카드사 실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비씨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1조3312억원으로 집계되며 전년동기(1조2259억원) 대비 8% 늘었다.
카드사들의 연회비 수익은 △2018년말 8828억원 △2019년말 9894억원 △2020년말 1조685억원으로 1조원을 돌파한 뒤 △2021년말 1조1347억원 △2022년말 1조2259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연회비 수익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카드로 2899억원을 벌었고 △현대카드 2845억원 △신한카드 2467억원 △KB국민카드 1814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가 낮은 카드들은 발급해 놓고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충성 고객 확보는 물론 연회비라는 부가 수익도 올릴 수 있어 프리미엄 카드 출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알짜카드 실종 등 일반 고객은 불만
카드사의 프리미엄 전략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카드를 이용하는 일반 고객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 출시로 인해 혜택이 좋은 알짜 카드들의 단종이 더욱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 중 단종 카드는 458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116종)과 비교하면 4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신용카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일부 카드의 단종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러한 반응에 카드사는 단순 비용 절감을 위해 알짜 카드를 단종하고 프리미엄 라인을 늘린 게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대대적인 상품 구조조정을 통해 최근 주목받는 혜택은 더 강화하고 서비스는 리뉴얼해 고객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드리겠다는 것.
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기 위해 알짜 카드를 단종시킨다는 건 아니다"라며 "단종된 카드들은 많지만 해당 카드들과 비슷한 혜택을 가진 카드들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은 알짜 카드 단종에 대해 오해라면서도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과 소비생활에 맞춘 프리미엄 라인업은 카드사의 장기적인 수익 방향이다"라며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카드사들이 프리미엄 카드 라인업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