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이 그래픽으로...실제 차 몰며 레이싱 게임, '미니 혼합 현실' 체험
[시체스(스페인)=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 기자] 황량한 공터가 순식간에 ‘카트라이더’ 같은 화면으로 덧씌워진다. 비현실적으로 구불구불한 도로를 주행한다. 커다란 공을 차로 우르륵 밀어 치우고, 아이템을 획득하니 다양한 색상의 그래픽 효과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우주공간에 새로운 경로가 나타나고, 조금만 실수하면 떨어질 듯한 절벽을 아슬아슬 통과한다. 손에 쥔 스티어링 휠 감각과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 덕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이미지가 한층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실제 차량을 몰고 레이싱 게임에 참가하면 어떤 기분일까? 스페인 시체스에서 만난 ‘미니 혼합 현실(Mini Mixed Reality)’은 이름대로 실제 운전환경에 가상현실(VR)을 뒤섞은 경험을 선사했다.
다음달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형 미니 일렉트릭에 고성능 PC와 VR 장비를 탑재했다. VR 헤드셋을 쓰면 창 밖 풍경이 컴퓨터 그래픽 화면으로 완전히 대체된다. 스피어링 휠이나 차 내부는 현실 그대로다. 레이싱 게임이 그래픽으로 현실 운전을 재현하는 것이라면, 미니 혼합 현실은 실제 주행에 그래픽을 덧씌운 셈이다.
실제 차를 운전하는데 가상화면에 의지하니 자칫 위험하지 않을까란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테스트 공간이 충분히 넓은 공터였고, 한 대씩만 주행하는 만큼 안전에 지장은 없었다. 또 정해진 경로를 따라 주행하고, 안전요원이 동승했다. 일부러 코스를 이탈하지 않는 이상 엉뚱한 곳으로 빠질 일은 없었다.
가상의 도로를 주행하는데 몰입도가 상당하다. 실제 차를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페달을 밟는다. 노면 진동이나 쏠림이 그래도 몸에 전달된다. VR로 구현된 화면은 운전자의 시야와 차 움직임에 실시간으로 정확히 대응한다.
BMW그룹은 혼합현실 구현을 위해 전용 소프트웨어도 직접 개발했다. 운전자의 시야나 머리 움직임에 완벽히 동기화된 영상을 VR 헤드셋에 실시간으로 전송하기 위해서다. 실제 차의 거동이나 기능도 가상현실에 즉각 반영된다. 게임에서도 실제 도로 위에서도 체험해보지 못한 경험을 어색함 없이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동차 개발이나 시뮬레이션에 VR을 적용하는 것은 꽤 흔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차량에 가상현실을 접목, 운전자가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은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 테스트용이라기엔 완성도가 상당했다. 짧은 체험 중에도 다양한 활용 가능성이 떠올랐다. 자율주행차 탑승객을 위한 게임 콘텐츠, 초보 운전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해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담당자는 '당장 상용화를 위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니 다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고, 일반 소비자들을 위한 무언가도 나오지 않겠냐"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