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스(스페인)=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4세대 미니 쿠퍼가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차는 BMW그룹에 편입되기 전인 1959년 통통 튀는 디자인과 파격적인 공간 활용성으로 주목 받은 모리스 미니 마이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친환경 시대에 발맞춰 전기차도 라인업에 포함됐다.
전기차 시대에도 미니는 ‘미니다움’을 강조한다. 마치 카트를 타는 듯한 운전의 즐거움,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전기차에서도 잃지 않았다. 다양한 맞춤식 편의기능들은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차의 성격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앞선 전기차에서 지적됐던 짧은 주행거리도 개선했다.
최근 스페인 시체스와 바르셀로나 인근에서 뉴 올-일렉트릭 미니 쿠퍼 SE 3도어를 시승했다. 낯선 환경에서 접한 신차였지만 부담이 크지 않았다. 다루기 쉽고 재미있는 차라는 이야기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리즘 디자인
미니는 신형 전기차를 디자인하면서 ‘덜어내기’ 전략을 세운 듯 하다. 팬시카로 유명한 미니지만, 새 전기차는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모습이다. 짧은 오버행(차축과 차 끝까지 거리),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와 커다란 바퀴는 미니 고유의 비례감 그대로다. 하지만 플러시 타입(손잡이가 문 안에 수납됨)의 도어 핸들을 적용하고, 휠 아치의 패널이나 사이드 스커틀 같은 장식을 삭제하면서 마치 차돌같은 매끈한 인상을 자아낸다.
실내는 ‘원조 미니’와 유사성이 더 짙다. 운전석엔 스티어링 휠과 원형 디스플레이만이 배치됐을 뿐이다. 원형 계기판의 단촐한 구성이 특징이었던 1세대 미니의 실내를 연상케한다. 그러면서 주행 경로를 명료히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같은 최신 기능도 어색함 없이 잘 이식했다.
단순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각 요소들의 배치와 마감재 선택에 공을 들여서다. 대시보드를 직물로 감쌌다. 재활용 소재를 활용했는데, 선택 가능한 색상도 다양하고 간접 조명(엠비언트 라이트)과 궁합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인상을 받았다.
앞좌석은 성인 남성이 타기에 충분히 넓다. 뒷좌석 공간은 아이들을 태울 수 있을 정도다.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를 적용한 덕분에 실제 크기보다 개방감이 상당하다.
팔걸이(암레스트)를 운전석에 장착했다. 덕분에 센터 콘솔에 더 많은 소지품을 넣을 수 있게 충분한 공간이 확보됐다. 트렁크 바닥 아래엔 별도의 수납 공간을 배치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200ℓ, 2열을 접으면 최대 800ℓ 부피의 짐을 실을 수 있다.
직경 240㎜ 고해상도 원형 OLED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스마트폰과 유사한 UI(유저 인터페이스)도 눈에 띈다. 처음 접해도 조작방식을 금세 익힐 수 있다. 주행모드에 따라 달라지는 테마도 볼거리다. 부드러운 화면 전환과 빠른 반응 속도도 호평 받을 요소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BMW그룹은 운영체계(OS)를 직접 개발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눈과 귀가 즐거운 다양한 모드
탑승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익스피리언스 모드’가 7종에 달한다. 각 모드마다 디스플레이 테마와 엠비언트 라이트가 변화하고, 다수의 모드에선 주행 세팅도 달라진다. 자연의 소리로 탑승객을 편안하게 해주거나, 역동적인 주행음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하는 등 사운드의 변화도 재미있는 요소들이다.
신차에 가장 걸맞은 모드는 ‘고-카트’가 아닐까 싶다. 디스플레이 전체를 속도계로 설정할 수 있고, 실내 조명과 대시보드 그래픽도 역동적으로 바뀐다. 가속 페달에 힘을 실으면 엔진 사운드와 모터음을 절묘하게 조합한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운다.
초반 가속력이 좋은 전기차의 특성이 미니와 만나 강점이 극대화된다. 170㎞/h 이상까지 손쉽게 속도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뒷심도 좋다. 노면 상황이 바퀴와 시트를 타고 느껴지는 특유의 승차감도 불편하다기보다 달리는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SE 기준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3.7㎏f·m, 0→100㎞/h 가속시간 6.7초의 성능이다. 배터리 용량은 54.2㎾h,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WLTP 기준 최장 402㎞다. 완충한 상태로 차와 연동한 스마트폰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300㎞ 전후였다.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 없이 이용 가능한 수준이다.
기존 미니들과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이 미묘하게 달랐다. 휠베이스가 조금 길어지고,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깔린 영향이다. 경쾌한 핸들링을 위해 서스펜션과 댐핑 시스템도 교체했다고 한다. 원래도 작은 미니지만, 코너를 사뿐하게 감아나가는 느낌이 더 좋아졌다.
BMW그룹의 최신 기술도 대거 채택했다. 좁은 공간에도 스스로 정확하게 주차하는 파킹 어시스턴트를 비롯, 스마트폰을 차 키 처럼 쓸 수 있는 디지털 키 플러스, 차 안팎 상황을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스냅샷 기능을 지원하는 앱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 시장에 맞춘 최적화 ‘기대감’
BMW그룹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뉴 올-일렉트릭 미니 쿠퍼의 투입도 빠른 편이다. 이미 사전계약을 진행 중이고, 다음달 중 내연기관에 앞서 전기차부터 출시될 예정이다. 주행거리의 경우 국내서 290~320㎞로 인증될 가능성이 높다.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국내 업체와 협업, 한국 시장만을 위해 다듬는다고 한다.
‘클래식’과 ‘페이버드’ 2개 트림으로 판매한다. 가격은 5200만~5700만원선이 될 예정이다. 보조금까지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실구매가격을 기대해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