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불안?...車 업계, 안전성 강화 안간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효문 기자]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 소재 일차전지 제조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공장 내 리튬 배터리 3만5000여개가 연쇄폭발을 일으키며 큰 불로 번졌고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와 종류는 다르지만,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리튬이온 배터리의 열폭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 전기차 화재, 빨리 붙고 끄는 데 오래 걸려
열폭주는 한 물체에서 발생한 열이 또 다른 열을 일으키며 급격히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팩은 수백개의 셀로 구성되는데, 외부 충격이나 고온으로 손상되면 각 셀에서 열폭주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수 분 안에 섭씨 1000도 이상 치솟으며 차량 화재를 일으킨다.
최근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차에는 60~100㎾h 용량의 리튬 배터리가 탑재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4인가족 월 평균 전력 사용량은 304㎾h다. 완충된 전기차 한 대가 한 가구가 6~10일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품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량도 상당하지만 구조적으로도 불을 끄기 어렵다. 배터리팩은 다양한 구조물로 감싸져있어 물이나 소화제가 내부로 들어가기 어렵다. 공기를 차단해도 배터리 내 양극재에서 산소가 발생해 불이 유지되기도 한다. 또 한 번 꺼진 불도 열폭주 현상 때문에 다시 붙을 수 있기 때문에 진화 후 장시간 관찰이 필요하다.
테슬라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데 내연기관 대비 시간은 8배, 소요 인력은 2.5배 더 필요하다. 불을 끌 때 쓰는 물은 내연기관차가 1톤, 전기차는 무려 110톤이 들어간다.
◇ 전기차 안전기술 ‘감지·억제·신소재’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업계에선 전기차 화재를 줄이기 위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열폭주를 지연시키고 고온의 가스를 억제하는 물리적인 시스템을 개발·적용한다. 차세대 배터리로 각광받는 전고체 배터리도 자동차 업계서 주목하는 솔루션이다.
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고도화에 주목한다. BMS는 배터리의 충·방전 상태와 남은 전력량, 주행 중 전력소비량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 다른 장치들과 연동해 배터리가 최적의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제어하는 장치다. 전기차 이전 하이브리드카부터 사용하던 기술이라 차 업계에서도 이해도가 높은 기술이다.
BMS는 전기차의 성능과 효율 개선을 위해 도입됐지만, 배터리 정보를 가장 빠르게 수집할 수 있는 장치란 점에서 화재 예방에서도 각광 받는다. 최근엔 배터리에서 감지한 이상 정보가 어떤 의미인지 판단·경고하는 수준까지 기술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추후 커넥티드 기술과 연계,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배터리 정보를 수집하거나 원격 진단 및 경고하는 기능도 구현될 전망이다.
열폭주를 차단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산업계에선 배터리 열폭주를 막기 위해 섭씨 1000도의 열이 발생해도 주변에 전달되는 열을 5분 이상 150도 이하로 억제하는 구조물 양산을 1차 목표로 잡았다. 배터리 모듈과 셀 구조를 개선해 열전이를 지연하는 시스템 개발도 병행한다. 셀 단위에서 양극재의 코팅·도핑 기술, 불연성 전해질, 분리막의 내구성 및 내열성 개선을 통해 화재 위험을 줄이는 연구도 주요 과제로 손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도 전기차 화재를 줄이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성능 면에서 기존 전지보다 진일보한 차세대 배터리로 평가 받는다.
유기 용매가 없어 불이 붙지 않아 화재·폭발을 방지할 수 있고, 음극 소재는 흑연·실리콘 대신 리튬 금속을 적용해 에너지 밀도도 높일 수 있다. 안전성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솔루션인 만큼 완성차 업체들의 관심도 높다. 현대차, 토요타, 폭스바겐 등이 자체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관련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 여름철 전기차, 완충·급속충전 피해야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중국에서는 여름철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중국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66%가 여름철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를 100% 충전하기보다 배터리 잔량을 70~80%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한다. BMS가 과충전을 방지하지만, 전력량이 100%에 가까울 수록 불안정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급속충전기보다 완속충전기 사용을 권장한다. 완속충전기가 배터리에 가하는 부담이 적어서다.
실외보다 실내주차가 배터리 온도 관리에 유리하다. 하지만 지하주차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화재 발생 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전기차 화재 관련 리콜 발생 시 차고 밖에 주차할 것을 안내한다. 국내에선 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금지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