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빚·집값에 기준금리 동결…'금융안정에 초점 두면서 인하 검토'
기준금리 3.50% 유지...13회 연속 동결 한은 "가계부채·부동산 가격 등 지켜봐야" 금통위원 4명 향후 3개월 내 인하 전망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손희연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3.50%로 유지했다. 이는 1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이다.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고 판단했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0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2일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는 13회 연속 동결이며, 한은 설립 이래 횟수와 기간 모두 역대 최장이다. 이번 기준금리 유지는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은 가계 부채와 집값 상승세 영향으로 보여진다. 그간 한은 통화정책 방향의 제1의 목표였던 물가 상승 둔화가 지속되고 있지만, 금리 인하를 하게 될 경우 현재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6% 상승했다. 2019년 12월(0.86%) 이후 4년 7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크다. 지난 14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19조918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1800억원 증가했다.
7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류 가격 상승폭 확대 등으로 2.6%로 높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2.2% 수준을 유지했다.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후반으로 낮아졌다.
한은 금통위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분간 2%대 초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하는 2.5%로, 내년은 지난 전망에 부합하는 2.1%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 2.0%로 예상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및 글로벌 위험회피심리 변화가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외환시장 상황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고 했다.
한은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금융안정에 초점을 두면서 기준금리 인하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좀 더 커진 가운데 성장세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흐름을 좀 더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들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행한다면 한은도 10월 통화 정책 피벗(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통위원들은 3개월 내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를 전달했다"며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7월 금통위 회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금통위원 수가 2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