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품은 우리금융 앞에 '손태승 리스크'...금융당국 승인 부정적 영향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노리고 적극 인수 인수 후 통합 노리면서 대형 생보사 탄생 통합과정서 구조조정 여부 등 과제 수두룩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품으며 생명보험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인수와 함께 양사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총자산 50조원이 넘는 대형 생명보험사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업계에선 통합 보험사의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해 우리금융지주가 금융당국 인허가, 인력 구조조정 문제, 기업문화 통합 등의 인수 걸림돌을 유연하게 제거해야 상위권 생보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결의하고 중국 다자보험그룹 측과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 지분과 가격은 동양생명 75.34% 1조2840억원, ABL생명 100% 2654억원이며 총인수가액은 1조5493억원이다. 인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실사 기준일인 올해 3월 말 기준 각각 0.65배, 0.30배 수준이다.
그간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보험사 인수가 완료되면 비은행 부문 수익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SPA 체결은 보험사 인수를 위해 첫 단추를 끼운 것이다"라며 "최종 인수까지는 금융당국의 승인 등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심사 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고 한 회사로의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다른 금융지주들도 인수 후 합병 방식으로 보험사 규모를 키운 바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했고 KB금융은 KB생명과 푸르덴셜을 통합한 KB라이프를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 양사 자산은 동양생명이 33조3057억원, ABL생명은 17조7591억원으로 통합시 총자산 약 50억원의 중량급 생보사 도약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자산 기준 생명보험 톱3로 불리는 초대형사(삼성·교보·한화) 다음인 신한라이프생명(57조6000억원), NH농협생명(53조8000억원)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다.
순이익을 기준으로는 NH농협생명을 능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반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연결기준 반기순이익은 각각 1684억원, 406억원을 기록해 약 2000억원 규모로 농협생명(1639억원)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우리금융지주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험업계 역시 이번 인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기대감 높지만 각종 걸림돌 제거가 관건
거대 보험사가 새롭게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선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일각에선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금융당국 인허가, 인력 구조조정, 기업문화 통합, 약화된 사업 경쟁력 등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인수가 원활히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인수의 최대 관건은 금융 당국의 승인 절차다. 금융지주의 경우 보험 등의 업종을 인수할 때 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때 당국이 살펴보는 부분은 경영평가 등급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2등급 이상을 유지 중으로 인수 부자격 요건(3등급 이하)에 해당하진 않는다. 다만 최근 불거진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불법 대출에 대해 당국이 엄정한 제재를 시사하고 있어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최종 심의 전 실질 심사를 금감원에서 한다. (손 전 회장 건이) 전혀 고려 안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도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인수·합병이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통합 과정에서 있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신중하게 넘어야 할 허들 중 하나다. 동양생명·ABL생명 노조 측은 해당 인수를 두고 고용 승계를 확실히 할 것을 우리금융지주에 요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직원 수는 총 1671명으로 자산규모 기준 업계 4위인 신한라이프(1626명)나 5위 NH농협생명(1000명)보다 많다.
이에 앞서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출범한 신한라이프는 같은 해 12월 희망퇴직을 받아 250여명이 퇴사하기도 했다. 합병법인이 2000여명에 육박했던 만큼 인력 조정이 불가피했던 탓이다. 지난해 1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이 통합해 출범한 KB라이프생명도 희망퇴직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통합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노조 역시 고용보장에 대한 우려를 일찌감치 내비쳤다. 지난달 사무금융노조는 고용보장 등 노동 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며 우리금융에 인수 완료 뒤에도 직원들의 고용 관계를 유지하고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기업문화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동양생명의 경우 영업 채널 다각화된 업계 6위 생보사로 ABL생명과는 체급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동양생명 위주의 통합법인이 만들어진다면 통합 출범 초반 기업문화, 조직문화 차이로 진통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매각을 앞두고 쪼그라들고 있는 수익성 회복 역시 우리금융지주가 인수 후 풀어야 할 숙제다. 특히 동양생명은 당국의 규제 강화와 보험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영업 부진이 이어졌고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이익 규모도 크게 줄었다.
동양생명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은 1392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1.9% 급감했다. 증시에 상장된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핵심 상품인 사망(종신)보험, 건강보험이 각각 67, 33%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4% 줄었다. 새 회계제도인 IFRS17이 도입된 지난해 이후 가장 부진했다.
이에 우리금융지주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우리은행과 연계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넓힐 예정이다. 또 IFR17에서는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이 더욱 중요한 만큼 보장성보험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 모두 보장성보험보단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크다 보니 보험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게 관건이다"라며 "인수와 통합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지만 통합 이후 나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