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손실만 1000억원...디지털 보험사들 적자 탈출 안간힘
미니보험 위주 포트폴리오가 문제 장기보험 늘리며 기업 쇄신 각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매년 적자를 쌓아가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올 상반기에도 1000억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영업 채널과 상품구조의 한계로 인해 향후에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지면서 디지털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디지털 보험사들은 기존 상품 포트폴리오의 구조적 한계를 인정하고 최근 장기보험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또 판매채널을 다변화·고도화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규제 완화 등 정책적인 지원까지 이뤄져야 디지털 보험사가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사 5곳(캐롯손해보험·카카오페이손해보험·교보라이프플래닛·신한EZ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은 올 상반기 당기순손실은 9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630억원)보다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가장 순손실 규모가 큰 곳은 캐롯손해보험이다. 캐롯손해보험은 순손실 308억원으로 전년 동기(-165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커졌다. 다음으로 카카오페이손보는 218억원의 순손실을 내 전년 동기(-181원) 대비 적자가 늘었다. 다음으로 신한EZ손해보험은 전년 동기(-13억원) 대비 48억원 늘어난 61억원으로 집계됐다.
교보라이프플래닛과 하나손보는 손실 규모를 소폭 줄였지만 반기순손실이 각각 76억원, 1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1억원, 180억원) 대비 여전히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출범 이후 대부분 적자가 이어지면서 존폐 위기에 놓이고 있다"며 "향후 적자가 더 쌓이면 변화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각종 한계 부딪히며 어려움 느껴
디지털보험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온라인 채널의 한계 △단기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 △보험 업황 악화 등이 꼽힌다. 특히 보험의 경우 상품의 다양성뿐만 아니라 특약 등 내용이 상당히 복잡하고 용어 자체가 어려워 대면 영업이 필수지만 이를 할 수 없는 디지털 보험사는 영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보험업계의 대면 영업 선호 현상은 여전하다. 금융감독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채널별 수입보험료 기준 손해보험업계의 대면 채널 의존도는 72.8%로 집계됐다. 비대면 채널 비중은 27.2%로 아직까지 30%를 넘지 못했다. 대면·비대면 채널을 모두 포함한 보험료 수입 중 전화영업채널(TM) 비중은 8.1%, 온라인채널(CM) 비중은 19.1%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보험이 주를 이루는 생명보험상품들은 대면 채널 의존 현상이 더욱 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디지털 보험사들은 그간 여행자보험이나 휴대폰 보험 등 상품 구조가 비교적 간단한 미니보험(소액단기보험)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왔다. 미니보험은 저렴한 보험료로 소비자 접점을 확대할 수 있지만 보험료가 1000~1만원대 등으로 낮아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것으로 인식된다.
보험사 관계자는 "일반 원수 보험사의 주력상품인 장기보험, 변액보험 등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보험료가 높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가입하기 쉽지 않다"며 "디지털 보험사들도 상품 판매를 위해선 미니보험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보험 업황 악화 역시 디지털 보험사의 실적에 영향을 줬다. 물가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경제 악화가 이어지자 보험 가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늘었고 MZ세대의 보험 가입도 점차 줄어들면서 보험 산업 전체가 위기를 겪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대체로 MZ세대에 맞춰져 있는 디지털 보험사의 경우 이러한 업황 악화에 많은 영향을 받아 실적으로 이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활이 어려워 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인구가 점차 늘고 있다"며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전체적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게 우선시되어야 디지털 보험사도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장기보험 위주의 포트폴리오 변경 '한 수'
디지털 보험사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지 않은 소액 단기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로 바꾸겠다는 장기적인 플랜도 세웠다.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보험사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CSM이 사용되는데 CSM 수치가 높을수록 순이익이 증가한다.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달 6~15세 초·중학생 전용 보험상품인 '초중학생보험'을 선보이며 장기보험 상품 확대에 나섰고 하나손보 역시 장기 손해보험 판매 비율을 2020년 3%에서 지난해 9월 6%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하나손보의 경우 출범 초반 디지털 보험사를 표방했으나 종합 손보사로 선회해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신한EZ손해보험은 지난해 1월 첫 장기보험 상품으로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올해는 건강보험과 주택화재보험, 실손보험 등을 내놓으면 장기보험 상품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교보라이프플래닛도 1~4월 보장성보험 판매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성장하는 등 장기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캐롯손해보험 역시 장기보험 경쟁력 확대를 위해 직장인 건강생활보험에 정신질환을 보장해 주는 '마음케어모듈'을 신설하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소비자 편익 제고와 혁신 등에 기여하고 있는 디지털 보험사의 성장을 위해선 규제 완화 등 금융당국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정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디지털 보험사가 수익성을 높여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갈 수 있도록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