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의 장기 보장성 상품 확대 주효
손보사 '실적 부풀리기' 논란 해결 숙제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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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국내 보험사의 올 상반기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간 실적 격차는 확대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생보사들의 실적이 주춤한 사이 손보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생보사 위주였던 보험업권의 판도가 손보사 우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생보사가 보험상품 판매 확대로 보험 손익은 개선됐지만 금융자산 평가이익 감소 등으로 인해 투자 손익이 악화되어 손익이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손보사는 보험상품 판매 확대와 발생사고부채 감소 등의 영향으로 보험 손익이 크게 개선됐다.

4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올해 상반기 보험회사 경영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9조3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6억원(2.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115조6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3556억원(3.9%) 늘었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사 31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조77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6277억원) 늘은 반면 생명보험사 22곳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조5941억원으로 같은 기간 9.4%(3741억원) 줄었다.

보험사들의 영업 활동을 나타내는 수입보험료는 올 상반기 115조69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조3556억원(3.9%) 증가했다. 생보사는 1조8471억원(3.5%) 증가한 54조4738억원, 손보사는 2조5085억원(4.3%) 증가한 61조2180억원으로 집계됐다.

◇ 판매 확대·사고 감소에 사상 최대 실적

전체 보험사 수익은 증가했지만 생보사와 손보사의 실적은 상품 포트폴리오로 인해 엇갈렸다. 생보사는 금융자산 평가이익 감소 등으로 인해 투자 손익이 악화되면서 순익 규모가 줄었지만 손보사는 보험상품 판매 확대 및 발생사고부채 감소 등으로 손익이 늘었다.

실제 생보사의 일반보험 수입보험료를 보면 보장성보험(26조7936억원)은 13.2%(3조1305억원), 저축성보험은 15조774억원으로 0.7%(1061억원)가 증가했지만 퇴직연금(6조4900억원)은 16.2%(1조2521억원)나 줄어 실적에 큰 영향을 줬다.

손보사는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의 수입보험료가 1.2% 줄었지만 일반보험(8.7%), 장기보험(5.2%), 퇴직연금(3.9%)의 수입보험료는 증가하면서 최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손보사들이 실적 대잔치를 벌인 데는 암보험,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장기 보장성 상품 확대와 무·저해지 상품 판매량 증가가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일각에선 손보사가 공격적인 영업으로 보험상품을 많이 팔았지만 의료파업 장기화 등으로 인해 보험금 지급은 줄면서 손해액과 예실차 관리가 이뤄졌고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예실차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사업비 추정액과 실제 발생한 현금 유출액 규모의 차이를 말한다. 추정값이 실제보다 많으면 그 차이만큼 보험사의 이익이 증가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성에서부터 생보사보단 손보사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생보사의 실적이 높을 순 있지만 1년 단위의 성적표는 손보사가 앞으로도 더 치고 나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손보업계서도 의료파업으로 손해액과 예실차 관리가 이뤄지면서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하고 있다. 손보사별로 삼성화재와 DB손보는 올해 상반기 순익이 1조원을 넘겼고, 메리츠화재는 9977억원, 현대해상은 8330억원 등 모두 순익이 증가했다.

손보사의 순익 우위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보사들은 IFRS17 하에서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는 제3보험 상품을 내놓으며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손보업계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시장 공략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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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부풀리기' 논란은 개선되어야

다만 손보사의 역대 최대 실적에 대한 의문부호는 아직 남아있다. 일부 손보사가 지난해 IFRS17이 시행 이후 '보험계약마진(CSM) 부풀리기'를 통해 실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금융당국을 통한 제대로 된 실적 공개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부 보험사가 장기보장성 보험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산정해 단기 실적을 부풀렸고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해지율을 높게 설정하면서 CSM과 순익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어 해지율 설정에 따라 이익 규모가 크게 변동될 수 있다.

이러한 지적에 금융당국도 일부 보험사가 해지율을 과도하게 높게 책정해 단기실적을 개선한 것으로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보험개혁회의에 상정하고 올해 말 결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보험산업은 장기산업이자 리스크를 관리하는 산업이지만 지난해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오히려 단기성과 상품의 출혈경쟁을 펼친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사 관계자도 "보험사와 금융당국이 IFRS17 안착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를 함께하고 있다"며 "실적 부풀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계리적 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개선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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