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무혐의' 홀가분해진 金여사, 광폭 행보 재개…추석에도 봉사활동
檢 명품백 무혐의 판단 이후 영부인 역할 집중 자살예방·구조 근무자 격려 등 활동 반경 넓혀 대통령실 "제2부속실, 사무실 위치 잡고 공사중"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단독·공개 일정을 부쩍 늘리며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명품백 수수'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처리를 압박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지만, 명품백 수수와 관련된 부담을 덜어낸 데다 제2부속실 설치까지 앞둔 만큼 김 여사는 영부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이번 추석 명절 영상 메시지에 등장했다. 김 여사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 함께 한복을 입고 명절 인사 영상을 찍어왔지만, 올해 초 설 명절 인사 영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 뒤 홀로 인사하는 윤 대통령만 등장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설 명절 인사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이 끝나고 귀국한 뒤,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증폭되자 김 여사가 외부 활동을 자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추석 명절 인사 영상에 다시 등장한 김 여사는 이번에 윤 대통령과 다문화가정, 소외된 계층과 촬영을 함께했다. 김 여사가 다시 명절 인사 영상에 등장한 배경에는 명품가방 수수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와 검찰의 무혐의 처분, 그리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 문제가 불거진 뒤 설 명절 인사 영상을 비롯해 5개월간 두문불출했다. 잠행을 이어가던 김 여사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5월이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찾은 훈 마넷(Hun Manet) 캄보디아 총리 부부와 오찬을 함께했다. 오찬이 끝난 뒤에는 마넷 총리 내외를 배웅하기도 했으며, 사진도 공개됐다.
이후 김 여사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던 지난 10일에는 수난·생명구조 관계자를 격려하고 지구대 경찰들과 마포대교를 순찰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6일엔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부인인 유코 여사와 케이(K)팝 산업현장을 방문했다. 국회 개원식이 열린 이달 2일에는 미국 상원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같이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김 여사가 활동 보폭을 넓히자, 정치권에서는 냉랭한 반응이 쏟아졌다. 문제는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본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이라도 있다면 처신하는데 조심을 좀 해주면 안 되냐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김경률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김 여사가 수난·생명구조 관계자를 격려했던 일을 언급하며 "조금 과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장 공무원들에게 지시한 점을 짚으면서 "여사의 행동거지들, 행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론도 김 여사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에게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수심위의 결정에 대해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잘못됐다'는 응답이 60.0%, '잘했다'는 응답이 30.3%로 집계됐다.
대통령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의 행보는 일회성이 아니다. 꾸준히 해온 것이다. 정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과하다"며 "진정성을 봐달라. 앞으로도 약자와 소외 계층을 돌보는 행보,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행보는 꾸준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윤 대통령께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가 정신 건강이며, 영부인의 역할에는 대통령이 챙기지 못하는 곳의 목소리를 듣는 역할도 있다"며 "(김 여사가) 자살, 환경미화원 등 사회적 약자층을 포함한 봉사활동 전반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김 여사를 보좌할 제2부속실은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의 일정과 수행 업무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대통령실 슬림화 기조와 함께 영부인에 대한 과도한 의전을 줄이겠다면서 이를 폐지했다. 이후 명품백 수수 문제 등이 불거지자, 올 7월 부활시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재 사무실 위치를 잡고 공사를 하는 중"이라며 "제2부속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시기가 정해지면 다시 밝히겠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