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러시...보험사들 자본 확충 속도전
IFRS17 도입후 첫 금리 인하 앞두고 건전성 관리 영향 더 받을 생명보험사는 미리 금리 인하 대비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 금리 역시 내려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연이어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처음 맞는 금리 인하를 앞두고 보험사들은 후순위채를 발행하며 자본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특히 손해보험사보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생명보험사의 경우 금리 인하에 따른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 상품과 투자 부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등 다양한 자본 관리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6000억원 규모로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한다. 지난 11일 벌인 수요예측에서 당초 계획한 3000억원보다 많은 5280억원의 매수주문을 받은 한화생명은 발행액을 2배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화재도 오는 26일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10년 만기 5년 후 콜옵션(조기 상환권)이 조건이다.
이에 앞서 ABL생명도 지난 20일 2000억원 규모의 무보증 후순위 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2230억원의 매수 주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메리츠화재(6500억원), 한화손해보험(3500억원), KDB생명보험(2000억원) 등이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교보생명도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 확충이 올해 더 많아지고 있다"며 "업황 악화는 물론 금리 인하를 앞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 킥스 비율 방어 위해 선제적 자본 확충
보험사들이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선제적인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는 지난해부터 IFRS17과 함께 도입된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킥스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국내 기준금리 역시 내릴 가능성이 커지자 킥스 비율 하락을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으면서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하이브리드 증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후순위채는 발행기관이 파산했을 경우 가장 변제 순위가 가장 낮은 채권이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어 킥스 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1분기 기준 생명보험사 킥스 평균은 200%, 손해보험사 평균은 216.1%로 현재까지는 양호하지만 국내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킥스 비율이 떨어질 수 있어 미리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명보험사 킥스 비율은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회계기준인 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RBC)와 달리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원가가 아닌 현재 가치로 환산해 적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선 손해보험사보다 생명보험사가 금리 인하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생보사의 경우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 증가 속도보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진다. 결국 부채가 늘면 순자산 감소로 자본도 감소하고 자본 감소는 킥스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금리 인하에 대비해 자본 확충은 물론 건강보험 판매 확대 등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으며 투자 부문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금융제도연구실장은 "금리가 내리면 보험사의 부채변동이 더 크게 발생해 만기별 현금흐름 매칭 등 더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면서 "금리하락에 따른 자본 관리를 위해 장기채권 매수뿐 아니라 만기 30년 국채선물, 공동재보험 등 다양한 자본 관리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