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어진 업황 악화에 유병자 보험 적극 판매
초고령사회 진입 앞두고 다양한 고객 확보 필요
'불완전판매' 우려 등 소비자는 꼼꼼히 따져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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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평균 연령 상승과 보험에 대한 인식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업황 악화가 매년 이어지자 보험사들이 유병자 보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평균 연령이 매년 상승하고 유병자 인구도 지속 증가하자 보험사들은 기존의 인식을 깨고 보험 가입의 문턱을 낮추면서 신규 고객층의 유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다만 유병자 보험 간편 가입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증가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유병자 보험의 경우 수술과 입원, 담보 범위 등 고지해야하는 항목이 기존 보험 상품 대비 많아 가입을 원하는 보험 소비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최근 유병자 보험 신상품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유병자 보험은 질병·상해 기록이 남아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유병자 중 장기간 입원·수술 없이 건강을 유지해 온 초경증 유병자 등을 상대로 보험 가입 절차가 간편하거나 보험료 할인을 해주는 상품이다. 통상적으로 최근 질병 진단 여부와 입원, 수술 이력에 대한 2~3가지 질문의 심사만 통과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최근 고혈압·당뇨병 등 경증 만성질환 유병자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삼성 경증간편 플러스원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지난 6월 출시한 '삼성 플러스원 건강보험'의 유병자형 상품으로 △최근 3개월 내 진찰이나 건강검진을 포함한 검사를 통한 입원·수술·추가검사·재검사에 대한 필요 소견이나 질병확정진단, 질병의심소견 여부 △5년 내 질병,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이력 △5년 내 암·간경화·투석 중인 만성신장질환·파킨슨병·루게릭병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이력 등 3가지 간편 고지 항목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한화생명도 최근 증상이 경미한 초경증 유병자 또는 건강한 보험 소비자가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한화생명 H10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기존 자사 건강보험 대비 약 12%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보생명은 유병자와 고령자가 원하는 보장을 골라 가입할 수 있는 '간편마이플랜건강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주계약에서 사망을 100세까지 보장하며 83종의 특약을 통해 최적화된 맞춤형 플랜을 제공한다.

AXA손해보험 역시 고령자와 유병자도 가입할 수 있는 'AXA간편상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장기상해보험 상품으로 자동차 사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해 위험과 배상 책임을 보장하고 있다.

KB손해보험도 입원과 수술 중 하나만 고지하고 가입할 수 있는 신상품 'KB 입원·수술 하나만 물어보는 간편건강보험'을 판매 중이다. 보장이나 상품 구조, 납입면제 등은 기존의 슬기로운 간편건강보험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입원과 수술을 묻는 질문사항을 분리해 가입 문턱을 낮췄다.

지난 6월에는 현대해상 '간편한 3·10·10 건강보험', 메리츠화재 '3·10·5 간편 건강보험'이 출시됐고 흥국화재도 7월 '흥Good 든든한 3.10.5 간편종합보험'을 출시하는 등 비교적 증상이 경미한 초경증 유병자를 겨냥한 상품들도 잇따라 등장하는 추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병자가 매년 늘면서 보험사들도 상품 구성을 변경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며 "일반보험에 비해 고지 항목이 간소화됐지만 청약서상에서 묻는 항목에 정확히 답변해야 추후 문제 소지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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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격전지에서 유병자 보험 전쟁

보험사들이 연이어 새로운 유병자 보험 상품을 출시한 이유는 최근 보험업계에서 유병자 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5세 인구가 2025년 기준 20%를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면서 유병자 보험의 중요성이 증대됐고 신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통계청의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94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2%를 차지했으며 내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 고령자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자 보험 가입 건수 역시 이러한 고령자 인구 증가 추세에 맞춰 2021년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유병자 보험 가입 건수에 대해 2021년 361만건, 2022년 411만건, 2023년 604만건으로 3년 새 67.3%라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자와 유병자의 보험 가입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보험사들은 이를 충족하기 위한 다양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유병자보험 시장의 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간편 가입 절차를 통해 가입 문턱을 낮추거나 건강 등급이 높게 나올수록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가입 건수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일반 보험에 비해 비싼 데다 유병자 보험 가입 과정에서나타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증가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보험 가입자는 수술과 입원, 담보 범위, 사망 보장 여부 등 꼼꼼히 따지지 않아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지의무를 지키지 않은 보험 계약에 대해 보험사는 해지할 권리를 갖고 있다보니 '불완전판매'에 대한 손해는 보험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다"며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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