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뜯어 고쳐야 실낱 희망...보험 비교·추천 플랫폼 '흥행 참패'
소비자 편익 증대 위해 도입된 비교·추천 서비스 수수료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소비자에게 외면 당국 적극적으로 나서 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동수 기자] 8개월 전 많은 기대 속에 출시됐던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여러 문제를 겪으며 초반 흥행에 실패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소비자 편익 증대와 보험사 간 경쟁 촉진, 보험 판매채널 다양화 등을 목적으로 해당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보험사들의 저조한 참여, 수수료 문제 등이 겹치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업계에선 해당 서비스를 주도했던 금융당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보험사와 핀테크사의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당 플랫폼은 발전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우고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시스템을 재정립해야 추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달까지 약 67만명으로 조사됐지만 실제 계약이 성사된 건수는 6만2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출시 이후 약 8개월간 하루 평균 305건의 계약이 진행된 셈이다.
한 해 2500만대(하루 평균 6만8000건)가 가입하는 자동차보험과 올 상반기 누적 가입 건수가 127만건(하루 평균 7000건)을 돌파한 해외여행보험에 비하면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한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하고 맞춤 상품을 추천받아 가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보험·핀테크 업체와 함께 출시했다. 자동차보험과 용종보험을 시작으로 현재는 △저축성보험 △펫보험 △여행자보험 △화재보험 등을 가입할 수 있다.
출시 당시 당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어려운 보험 가입의 장벽을 허물고 침체된 업황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보험 계약 건수가 저조하자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지난달 28일 간담회를 열고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만 가입할 수 있었던 초기와 달리 현재는 펫보험 등 여러 가지 상품이 있지만 가입률은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며 "문제 파악은 물론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변화는 불기피하다"고 설명했다.
◇ 수수료 문제 등 시스템 개선 위한 가이드라인 절실
업계에서는 수수료 문제로 인한 보험사들의 저조한 참여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끊기게 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펫보험의 경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메리츠화재는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저축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동양생명 등 4곳이 판매하는 상품만 비교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역시 서비스 출시 당시 일부 보험사만 입점하면서 '반쪽짜리' 논란에 휩싸였다.
보험사들의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현재 해당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보험에 가입하면 핀테크사가 보험료의 3%가량을 수수료로 챙긴다. 네이버페이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해 보험사로부터 3.0~3.5%의 수수료를 수취하고 있고 해외여행보험의 경우에는 일률적으로 9%의 수수료를 보험사에게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도 펫보험 상품에 대해 △삼성화재 월납보험료 대비 3.7% △현대해상 초회 월납보험료 대비 40% △DB손해보험·KB손해보험 초회 월납보험료 대비 60%를 보험사에게 수수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보험에 가입하면 주지 않아도 될 수수료를 핀테크사에 줘야된다는 점이 부담으로 다가왔고 참여를 꺼리는 보험사가 늘면서 해당 플랫폼은 상품 다양성을 보장받지 못하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보험사에 경우 굳이 플랫폼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수수료를 플랫폼사에 주면서까지 사업 참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 역시 "지금 핀테크사에 주는 수수료를 줄이지 않으면 보험사들의 참여는 당분간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보험업계가 합심해 만든 '보험다모아'도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점유율 확대를 막고 있다. '보험다모아'의 경우 10곳이 넘는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들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와 유사하지만 금리연동·금리확정형 저축보험은 물론 변액보험까지 확인이 가능해 소비자들은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보다 '보험다모아'를 더 찾고 있다.
각종 문제가 연이어 겹치면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사실상 실패라는 지적이 이어졌고 일각에서는 수수료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이 빠르게 진행되어야 해당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금융당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장 금융권 릴레이 보험업권 간담회'에서 "대다수 국민들이 가입하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부터 보험료 체계 등 현황을 전면 재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보험업계의 전향적인 협조를 부탁한 바 있다.
보험사 관계자도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가 수수료를 두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며 "정확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보험사들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