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랩·신탁 돌려막기 징계 앞두고 대국민 사과...'분골쇄신 하겠다'
금감원, 지난해 9개 증권사 점검 나서 모두 적발 하나·KB증권 중징계...남은 7곳, 빠르면 연내 징계 확정 금투협, '랩·신탁 리스크관리 지침' 제정 상시 감시체계 구축 의무화 등 포함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김영문 기자] 증권업계가 그간 관례처럼 행해진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돌려막기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별도의 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은 곧바로 시행됐다.
12일 증권업계와 금융투자협회는 채권형 신탁·일임 업무처리 관련 잘못된 운용 관행으로 인해 발생한 시장 혼란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분골쇄신의 각오로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해 지난해 말 다수의 위법 사항과 내부통제 문제점을 확인했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와 고객이 1대1로 계약해 운용하는데, 투자의 목적과 자금 수요를 고려해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법인 투자자들이 애용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투자자에 특정 수익률을 제시하는데, 만기 또는 환매 시 수익률이 목표에 못 미치자 이를 제공하기 위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예를 들어, 만기가 도래한 계좌의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증권사가 보유 상품을 고가 매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와 협력해 만기가 비교적 더 걸리는 계좌가 만기 도래 계좌의 상품을 고가에 매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고객이 원하는 잔존만기, 신용등급이 아닌 더욱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편입, 운용해 계약조건을 어기기도 했다.
해당 의혹으로 9개 증권사를 조사한 금감원은 9개 증권사 모두에게서 이러한 위법행위가 일어났다고 확인되자 징계에 나섰다. 지난 6월 금감원은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해 일부 영업정지 제재 방침을 확정했다. 또 두 증권사의 랩·신탁 운용 담당자에게는 중징계가, 이홍구 KB증권 대표를 비롯한 감독자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 조치가 결정됐다.
징계를 앞두고 있는 7개사(교보·미래·유안타·유진·한국투자·NH·SK증권)의 경우 빠르면 연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들 7개 사에 지난 9월 일부 영업정지 등의 처분이 담긴 사전통지서를 전달했으며, 증권사들도 이에 대한 의견이나 제출해 최종 양형 절차만 남았다.
이날 발표된 증권업계의 신탁·일임 개선안도 증권사들의 대거 징계를 앞두고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앞서 증권가는 금융당국의 지적 이후 개선안을 강구해 왔다.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증권사들은 이후 사태 수습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채권형 신탁·일임 계약 관련 고객위험 고지 강화, 정상 매매가격(괴리율) 기준 설정 및 이상거래 모니터링 강화 등 영업·운용·리스크관리·컴플라이언스 전반에 걸쳐 자체 개선방안을 마련해 실행했다고 밝혔다.
또 환매 중단 및 지연 등의 문제가 됐던 계약에 대해서는 고객과의 협의를 통해 만기를 연장하거나, 적법한 내부 절차 등을 통해 환매를 진행하는 등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는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이날부터 채권형 계약의 운용 시 업계 전체가 준수해야 할 자체적인 규제 장치로서 '채권형 투자일임 및 특정금전신탁 리스크관리 지침'을 제정해 시행키로 했다.
지침에는 채권형 투자일임과 특정금전신탁 운용 등과 관련해 90일 초과 만기 미스매칭 시 투자자 동의 의무화, 편입자산 시가평가 의무화, 시장 급변 시 투자자 통지·자산 재조정 등 이행, 듀레이션·거래가격 등 관련 상시 감시체계 구축 의무화 등이 규정돼 있다.
업계는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거쳐 과도한 영업 관행 개선과 시장 충격 시 계약 유동성 관리 방안 마련 등과 관련한 추가 개선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그간 증권업계에 지속됐던 불합리한 점들을 재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우리 업계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신탁·일임 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