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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주절벽 벗어난 K-업계, 인력관리로 추진력 키워야

2024-12-04     최용구 기자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최용구 기자]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액 합계가 338억달러(47조3200억원)를 돌파했다. 각사가 제시한 연간 목표치를 11월에 이미 5조원 넘게 초과 달성한 것이다.

고수익 선박을 위주로 선별 수주에 나서고 선박 가격 오름세와 에너지 수요가 이어진 것이 주효했다. LPG 운반선을 중심으로 적어도 향후 3년 간은 일감 걱정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K-조선은 지난 2016년 조선업계를 강타한 수주절벽 이후 오랜 불황기를 버텨왔다. 2020년 이후 조금씩 업황이 살아났고, 올해는 10년 이상 장기호황을 뜻하는 '슈퍼사이클'까지 거론된다. 글로벌 조선업계 강자로 떠오른 중국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내고 발전적인 중장기 전략을 짤 여력이 생겼다는 자신감도 감지된다.

하지만 현재의 지표만 보고 마냥 웃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생산부터 연구개발 현장에 이르기까지 인력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팀'이 업계 화두로 떠올랐지만 K-조선 내 시너지를 일으킬 협업과 소통은 여전히 부족하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

그 어느 때보다 인력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관리는 향후 경쟁력 확보에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조선업 생태계 곳곳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업무 역량을 높이며 국내 숙련공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작업반장 보직을 수행하면서 일부 생산공정을 이끄는 우수인력도 배출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채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을 거쳐 신규 취업한 신조선(새로 만든 배)업 종사 외국인은 2021년 230명에서 2022년 2667명, 지난해엔 5540명에 이르렀다. 용접·도장 등 기술을 보유한 외국인(E7 비자) 취업자까지 더하면 1만명 이상에 달한다.

다만 이직도 잦다. 한국의 조선업에서 오래 일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장기 근속을 유인할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들을 위한 현재의 언어 교육, 주거 및 자격 취득 지원 등이 공염불에 그칠 게 분명하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고급인력의 육성 및 고용도 절실하다. 국내사들의 주력인 가스운반선은 일반 탱크선보다 구조가 복잡하다. 또 디지털 전환으로 센서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예방·수리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지고 있다. 전문인력을 꾸준히 양성해야 향후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인력난이 지속되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먹거리 다양화를 위해 선박 유지보수 지원 사업도 놓칠 수 없다. 가스운반선 등 수요가 많아지고 노후화가 도래하면서 물량을 유지보수하는 문의도 많아졌다고 한다. 고객 요청에 상시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센터 운영이 요구된다. 물론 여기엔 잘 훈련된 인력이 필수적이다.

인력난은 또 다른 먹거리인 해양플랜트 수주 대응에서도 불안요소로 지적된다. 중국에 뺏긴 선박 시장 점유율을 해양플랜트 사업으로 메워야 향후에도 적정 수익을 유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인력들이 업계를 떠났다. 중국의 광폭 행보를 의식한 국내 업계는 해양플랜트에 다시 주목하게 됐지만 가용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수년간 이어진 불황 속에 조선업계 종사자들은 일거리가 없어 현장을 떠났다. 다시금 이들을 업계로 불러들이고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현재 업계의 상황을 명확히 이해하고 민·관이 꾸준히 논의해야 한다. 근본적인 고려없이 임의적으로 대응하면 효과는 불분명하고 재정만 축낸다.

동시에 국내 업체간 지나친 견제는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관련 표준이 부재한 자율주행 분야, 국가 단위로 대응해야 할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등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