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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항명죄 '무죄', 윤석열 '유죄' 도화선될까

'尹 격노설' 부른 채상병 사건 분수령 이재명 "외압 몸통 밝혀내는일 박차" 천하람 "경호처 눈여겨 판결 봐달라" "탄핵심판 직접적 영향 주진 않을것"

2025-01-09     이지예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2025.1.9 사진=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지예 기자] 채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대령이 주장해 온 '불법 수사 외압'의 실체가 한층 선명해진 만큼 그 중심에 선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설'이 심판대로 향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박 대령의 무죄가 윤 대통령의 유죄'라는 말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9일 박 대령의 무죄 판결로 채상병 순직 사건의 분수령을 맞았다. 이 사건으로 첨예하게 대치를 이어온 여야 역시 탄핵 정국과 맞물린 이번 판결의 귀추를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박 대령의 항명죄 무죄를 고리로 윤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재명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 정권은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항명했다. 사법 정의를 조롱하고 군에 대한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켰다"며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고 결국 승리한다. 민주당은 채 해병의 죽음에 얽힌 내막과 외압의 몸통을 밝혀내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직격했다.

추미애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순간"이라며 "웃프게도 광적인 격노로 생사람 잡아 놓고 진실조차 침묵했던 비열한 똥별들은 군의 명예를 지켜낸 박정훈 대령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박 전 단장의 항명 혐의는 사실상 윤 대통령 '격노'와 국방부의 부당 수사 외압 의혹이 발단이 된 만큼 이번 판결이 윤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 도화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적 관심이 상당했던 사안의 판결이던 만큼 영관 장교를 희생양 삼으려던 윤 대통령에 역풍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실체를 밝혀내겠다며 윤 대통령을 정조준한 야권과 거부권·부결 당론으로 맞선 여권의 대립이 '채상병 특검법' 정국으로 귀결된 것이기도 했다.

군인권센터는 입장문을 내고 "이제 외압의 우두머리 내란수괴 윤석열과 외압에 가담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주요 관계자들은 명백한 범죄자가 됐다. 박 대령 무죄의 다른 말은 윤석열 유죄"라며 "국회는 채상병 특검법을 조속히 제정해 외압의 공범들에게 책임을 묻고 내란 사태로 지연되고 있는 국정조사도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국 최대 이슈는 '비상계엄'…영향 미미할 수도"

다만 '격노설'의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데다가 정치권의 핵심 쟁점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내란 혐의'로 쏠려있는 만큼 이번 판결이 현 정국에 미칠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과의 통화에서 "사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보다 훨씬 더 큰 사고를 대통령이 친 것"이라며 "탄핵심판의 핵심 이슈는 비상계엄이기 때문에 이번 재판 결과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절하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유로 이번 '계엄사태'만 다루기도 벅차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오히려 지금 탄핵 정국이 정권의 눈치를 덜 보는 방향으로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부연했다.

실제 이번 재판부 결정을 두고 외압 수사 사건 자체보다는 '항명죄 무죄'를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과 연결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경호처 직원들이 박 대령의 판결 내용을 꼭 눈여겨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사의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건 항명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온 만큼 경호처 직원 개인의 판단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경호처는 그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 체포시도를 총력 저지태세로 방어해 왔다.

국민의힘은 "판결 내용을 호도하지 말라"고 반발하고 있다. 호준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판결 내용은 민주당이 선동하던 '수사 외압설'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재판부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 명령을 내린 구체적 사실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짚었다. 또 "민주당이 무차별로 제기했던 수사 외압설은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아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지역 군사법원은 이날 "이 전 장관이 박정훈에 내린 (이첩 보류) 지시는 '명령'에 해당하지만,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이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 대령에 무죄를 선고했다. 해병대사령관은 특별한 이유로 이첩을 중단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별도 판단은 안 했다"고 했다.

박 대령은 지난 2022년 7월 30일 채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해 이 전 장관에게 대면 보고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보고서를 결재(서명)했다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김 전 사령관도 이를 박 대령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령은 김 전 사령관의 이첩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며 ‘정당한 명령’을 거부할 때 처벌받는 항명죄로 같은 해 10월 6일 재판에 넘겨졌다. 군검찰은 결심공판에서 박 대령에 대해 군 형법상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