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찬 기자의 영화로운 보험생활] ‘지금 우리 학교는’ 효산고 학생들은 사망보험금 못받는 이유
“학생이 그렇잖아 어른도 아니고 애들도 아니고 나도 그래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고”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재찬 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해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전세계적인 K-드라마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가 매주 이용자들의 시청시간을 집계해 발표하는 ‘전세계 톱 10 프로그램(쇼)’ 주간 차트에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1억1324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보이며 비영어권 작품 1위에 올랐다. 또 영어권 작품 1위를 차지한 ‘애나 만들기’가 7731만 시간의 시청시간을 보이면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영어권 작품과 비영어권 작품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효산고등학교에 고립된 학생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좀비로 변한 효산고등학교 학생들은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까?
우선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좀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좀비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부두교에서 뱀처럼 생긴 신을 가리키는 단어에서 시작됐고, 이후 일부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의 종교와 이야기를 통해 ‘되살아난 시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이후 지금의 좀비 캐릭터는 1968년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좀비의 정의로만 본다면 좀비는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사망보험금 수령은 어렵다. 하지만 좀비가 된 이후 사망했다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효산고 학생들 중 대부분은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만 15세 이하 어린이의 사망보험금 가입이 제한돼 있다. 상법 제732조(15세미만자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에 따르면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금융감독원은 부모가 보험금을 노리고 자녀를 살해하거나 어린아이들을 입양해 보험에 가입시킨 후 고의로 다치게 만드는 등의 범죄가 발생하자 2009년 ‘어린이 사망보험’을 금지했다.
만 15세 이하라는 기준으로 볼 때 효산고 1학년 학생들은 상당수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또 만 15세가 넘자마자 사망보험금 곧바로 계약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결국 효산고 학생 대부분은 사망보장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이 그렇잖아 어른도 아니고 애들도 아니고, 나도 그래 사람도 아니고 괴물도 아니고”라는 ‘지금 우리 학교는’의 남라의 대사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청소년은 몸은 어른에 더 가깝지만 정신적으로나 법적으로는 어린이에 가까운 어중간한 존재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좀비 바이러스의 시작이 학교인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좀비도 살아있는 것도, 죽어있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교폭력, 계급갈등 등의 사회적 문제도 담고 있다. 청소년이라는 어중간한 존재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야하는 교육의 실패로 학교는 우리 사회의 괴물을 만든 발원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