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계곡 살인사건’ 남편 사망보험금 8억원 노리고 살해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방방봐’라는 말이 있다. ‘그저 방송으로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라는 뜻을 갖은 신조어다. 반면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이야기가 현실을 풍자하거나 현실의 이야기를 각색했다는 의미의 말이다. 결국 방송도 영화도 모두 허구이고, 현실에서 벌어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벌어져야 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은해 씨는 남편을 살해했다. 검찰은 이 씨가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남편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남편이 사망한 뒤 경기 가평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2019년 10월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고, 2020년 10월 한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날의 마지막 다이빙-가평계곡 익사 사건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조명됐다.
이 씨는 2020년 12월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됐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피의자들 주거지 관할인 인천지검으로 사건을 이송했고 인천지검은 지난해 12월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이씨와 조씨는 다음날 이어질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한 뒤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 씨가 남편을 살해한 이유는 사망보험금 때문이다. 남편의 사망보험금은 8억원이다. 남편이 숨진 시각은 그가 피보험자였던 생명보험의 효력상실을 불과 4시간 앞두고 였다. 또 생활고로 통장에 잔고가 0원인데도 남편의 8억원 짜리 생명보험은 유지되며 미납으로 인한 수차례 실효가 정지됐다 풀리기를 반복했다.
이 씨는 남편의 보험금 수령자를 자신으로 지정하고, 매월 최소 7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납입했다. 일반적으로 생명보험 4개를 한번에 가입하지 않고, 월납 보험료 70만원은 상당한 고액에 속한다.
‘가평 계곡 살인사건’ 처럼 남편의 보험금을 다룬 영화가 있다. 김용훈 감독의 영화 ‘지프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이 영화는 거액의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한 여자 친구의 빛보증을 선 태영(정우성), 고리대금업자 두만(장만식), 술집 사장 연희(전도연), 사기로 거액의 빚을 떠안은 주부 미란(신현빈),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의 이야기다. 이 거액의 돈 가방의 실체는 미란의 남편 사망보험금이다.
이 영화는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를 생각나게 한다. 소설 ‘도둑맞은 편지’는 어느날 왕비는 누군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편지를 훔친 장관은 이를 빌미로 왕비를 압박해 자신의 권력을 키운다. 왕비는 경시총감을 불러 편지를 되찾아오라고 지시하지만, 실패하고, 탐정 뒤팡은 벽난로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놓여 있는 편지를 찾아 나온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 편지는 ‘욕망의 대상’이다. 편지의 실체를 본 왕비와 장관은 편지를 소유하고 싶어하고, 편지의 실체를 본 적이 없지만, 알고 있는 왕과 경시총감, 뒤팡도 편지를 소유하려고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편지를 소유하고 싶어하지만, 이유와 목적은 다 제 각각이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액의 돈 가방을 욕망한다. 사람들의 욕망의 대상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누구의 손을 거쳤으며, 심지어 돈의 사용 용도도 다 제 각각이다.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욕망’은 ‘결핍’에서 시작되고 ‘욕구’와 ‘요구’를 거쳐 욕망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라캉의 욕망의 실체는 타자에서 나온다. 그래서 라캉의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라고 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결핍에서 시작된 욕망이 욕구와 요구에서 결핍을 해결하면서 욕망에 의해 자기 자신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남편의 사망보험금은 충분한 욕망의 대상이다. 제 각각의 상황과 사정에 의해 보험금은 욕망의 대상이지만, 이 욕망에 눈이 멀어지는 순간 그동안 영위했던 사랑, 가정, 삶 따위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은 욕망 위에 만들어 졌지만, 자아가 욕망에 잠식당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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