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상대 ICC에 2차 중재 신청
“신 회장 풋옵션 의무 계속 불이행...2차 중재로 의무 강제할 예정”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어피너티 컨소시엄(이하 FI)가 지난달 28일 신창재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구하는 중재를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FI들은 2019년 3월 신 회장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해 작년 9월에 신 회장의 풋옵션 이행 의무를 인정하는 중재판정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계속 의무 이행을 거부하자 이번에 새로운 2차 중재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
신 회장은 FI들이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한 이후 지난 몇 년 간 주주간계약의 풋옵션 조항이 무효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풋옵션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하여 중재의 중재판정부는 ‘풋옵션 조항은 유효하고, FI들의 풋옵션 행사 또한 유효하며, FI들이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을 통하여 산정한 가격도 계약에 부합하고,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고 판단했으나, 다만, 합의된 절차에 따라 풋옵션 가격이 최종 산정된 후에 신 회장에게 풋옵션 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신 회장은 이를 두고 자신이 1차 중재에서 승소했다고 왜곡되게 주장하며 풋옵션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법원은 최근 이러한 신 회장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음을 거듭 확인하였다.
1차 중재판정 이후 FI들이 신회장을 상대로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이행할 계약상 의무가 여전히 있다고 판단했고, 지난달 10일 선고된 형사판결에서는 법원이 기소된 FI 관계자 및 안진 회계사들에 대하여 전부 무죄를 선언하면서 FI들의 풋옵션 행사 및 가치평가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신 회장의 주장 또한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
FI측 관계자는 “중재에 이어서 국내 법원에서도 신 회장에게 풋옵션 의무가 있다고 명확히 판단하였는데, 신 회장은 무작정 그 이행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며 “결국 이를 강제하기 위하여 2차 중재를 불가피하게 신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1차 중재판정에 이어서 법원이 신 회장의 풋옵션 의무를 인정한 만큼 신 회장이 2차 중재에서도 자신의 계약상 의무이행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2차 중재에서 FI는 계약상 합의된 절차에 따라 풋옵션 가격을 산정하기 위하여 먼저 신 회장에게 자신의 평가기관을 선정하여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FMV)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후속 절차에 따라 산출되는 최종 공정시장가격을 풋옵션 가격으로 신 회장에게 지급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과거에 이미 안세회계법인에 의뢰하여 주주간 계약에 따른 공정시장가격 평가보고서를 제공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이를 FI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또한, FI들은 신 회장의 명백한 계약 위반과 의무 이행의 부당한 지연으로 인하여 입은 손해 등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FI측 관계자는 “신 회장은 풋옵션이 행사된 이후에도 자신에게 풋옵션 의무가 있음이 법적으로 확인되면 계약에 따라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임을 FI들에게 약속한 바가 있다”며 “풋옵션 의무가 법적으로 존재함이 확인되고 있는데도 계속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분쟁을 이어가는 것은 또 다른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계약이 근간인 보험회사의 수장이 계약을 위반하고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2차 중재에서는 부디 신 회장이 자신이 한 약속들을 지키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FI들은 본 풋옵션 분쟁은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개인의 지위에서 2대 주주인 FI들과 체결한 계약에서 비롯된 주주간 분쟁이므로, 교보생명의 개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교보생명은 앞장서서 안진 회계사들과 일부 투자자들이 공모하여 불법적으로 공정시장가격 평가보고서를 작성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안진의 평가보고서 ‘흠집내기’ 시도를 하였으나 모두 무산되면서 신 회장만 편파적으로 지원하였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FI측 관계자는 “FI들도 엄연히 교보생명의 주주들이고, 계약을 위반하여 분쟁을 야기한 것은 신 회장임이 여러 법적 절차를 통하여 명백히 밝혀졌으므로, 교보생명이 계속 신 회장의 편에 서서 주주간 분쟁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교보생명은 부디 지금부터라도 주주간 분쟁에서 중립을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