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큰 장 설까' 이재용-최태원-구광모 총수들의 선택은...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질까."
지난 5월 재계가 1000조원이 넘는 ‘투자 보따리’를 풀어낸 뒤 나오는 궁금증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포스코 등 13개 그룹은 총 1084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이는 대기업들의 M&A 여력이 상당히 커진 것을 의미한다.
M&A 시계가 가장 빨리 돌아가고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계 서열 1위 기업의 총수답게 대기업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투자 금액(450조원)을 써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대형 투자 계획에 대해 재계 안팎에선 길었던 M&A 침묵을 깨는 예고편으로 보는 시각이 상당하다. 삼성전자의 M&A는 2016년 독일 전장업체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450조원 중 20%에 해당하는 90조원을 해외 투자에 쏟을 계획이어서 이는 상당 부분 해외 M&A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부회장은 투자 발표(5월24일) 이후 약 2주 만인 지난 7일 출장길에 올라 유럽을 누비고 있다. 올해 첫 유럽행이자 지난해 12월 중동 방문 이후 반 년 만의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다. 그는 오는 18일까지 네덜란드·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각국 파트너사와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 뒤 구체적인 M&A 시나리오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M&A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대형 M&A를 예고해온 바 있다.
유럽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유력한 M&A 대상 기업으로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 독일 차랑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이 있다. 이 가운데 M&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히는 ARM에 시선이 모인다.
ARM은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달 30일 이 부회장과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의 만남 당시에도 ARM 인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해 육성 중인 분야다. 따라서 내부에서 인수자금을 활용할 명분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24조원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반도체 분야에서 M&A는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작년 초 대형 M&A를 3년 내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도 유력 매물의 가격 폭등이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재판으로 2017년부터 경영권이 제한적인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다.
하지만 당장 두 달 뒤인 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사면에 이 부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답보 상태에 빠진 삼성전자의 대형 M&A 성사가 가시권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유럽 출장으로 삼성전자의 M&A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움직임과 관련해 내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것과 연결 짓는다. 공교롭게 이 부회장이 출장길에 오른 지난 7일은 이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한 지 29주년 되는 날이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의 450조원 투자 계획에 대해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 유럽 출장 이후 부친의 신경영 선언에 준하는 ‘제2의 창업’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12년 만에 재계 서열 2위에 오른 SK그룹도 M&A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심계열사 SK하이닉스가 ARM을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성 자산은 1분기 말 5조4000억원이다. 2년 전보다 인수자금으로 쓸 수 있는 ‘실탄’이 배 이상 늘었다.
국내 1,2위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ARM 인수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라 ARM 몸값은 천문학적인 수준이 예상된다. 기업 간 합종연횡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의 M&A 계획도 주목된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등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성장에 매진하고 있는 LG전자의 신사업 발굴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LG전자는 5조6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도 눈여겨 볼만하다. 핵심 계열사인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육성을 위해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M&A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이 1분기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9조원 가량이다.
이와 함께 LG가 미래 성장 분야로 꼽은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AI(인공지능)·데이터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도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약 한 달간 진행 중인 ‘전략보고회’에 M&A가 집중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