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엔 '백약이 무효'
올해 우리·신한·DGB·JB금융 등 매입 공시…주요 임원도 동참 은행주 전반 부진 영향…긴축 정책, 정부 규제 리스크 등 악재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국내 금융그룹 회장들이 너도나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주가부양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와 맞물려 경기침체, 긴축정책, 정부의 규제 등이 은행주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신한·DGB·JB금융 회장들은 올해 잇따라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세 차례 자사주(우리금융지주)를 사들이며 현재 총 11만8127주를 보유 중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의 송태정 브랜드전략실 상무, 이종근 경영지원부문 전무, 우병권 준법감시인(전무),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그룹의 주요 임원들도 손태승 회장과 함께 자사주를 매입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지난 2월 자사주(신한지주) 1200주를 매입해 총 1만4780주를 확보했다. 허영택 부사장, 왕호민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올해 2~3차례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또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4월 1만주를 매수, 보유주식(DGB금융지주)을 총 4만주로 늘렸으며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도 같은 달 2만주를 매입해 현재 총 10만500주의 자사주(JB금융지주)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바닥이라는 인식을 심어줘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주가 재평가 기회를 만들고 주주의 우려도 불식시킨다. 그러나 현재 은행주는 '회장님'의 자사주 매입에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1만1600원으로 마감, 손 회장의 첫 자사주 매입이 있었던 3월 4일(공시일 기준)의 종가 1만3950원보다 16.8% 빠졌다.
신한금융지주도 조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공시됐던 2월11일 종가 4만1100원보다 11.8% 내린 3만6250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DGB금융그룹, JB금융그룹도 자사주 매입 공시일 종가보다 각각 14.9%, 18.2% 빠진 7790원, 7130원에 장을 마쳤다.
이처럼 금융그룹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은행주가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져서다. KB금융, 하나금융 주가도 올해만 각각 15.0%, 12.2% 떨어졌다. 또한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임원진들이 1만1400주를 매입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이날 전일보다 450원(1.42%) 내린 3만13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은행주는 금리인상기에는 수혜주로 거론되지만 현재는 증시의 극심한 부진과 더불어 경기 침체, 긴축 정책에서 비롯된 정부의 규제 리스크가 주가의 상승을 막는 형세라는게 시장의 분석이다.
보통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개선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감독원장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의 '이익 추구'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예대금리차도 매달 공시하도록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수익성과 별개로 금융당국 규제들이 현재 은행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그룹 회장의 자사주 매입도 규제 리스크에 막혀 주가 부양에 호재로 작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는 현재 수익성의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면서 기초체력이 양호해 실적은 선방하겠으나, 투자심리와 괴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강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금리 상승에도 글로벌 금융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라며 "대내적으로는 감독당국, 정치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 발언들이 논란이 되면서 규제 우려도 재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 예대마진 비판, 대출금리 인하 움직임으로 인해 투자심리 위축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라며 "코로나 금융지원이 종료되고 금리 인상이 맞물리면 건전성 악화, 대출성장률 둔화 우려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