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과 친밀 스킨십 힘입어 주가 상승 이끌어
세아 이순형·롯데 신동빈도 상반기 주식증가율 톱3
CXO연구소 조사결과 넷마블 방준혁은 ‘반토막 수모’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 OCI의 오너 이우현 부회장은 12년째 기업설명회(IR)를 챙길 뿐만 아니라 직접 마이크까지 잡는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경영 비전을 발표하면서 “우리 회사 튼튼합니다”를 자랑하는 친밀한 스킨십으로 유명하다. 지난 4월에도 국내외 유력 투자자와 기자,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2010년 사업총괄 부사장 직함을 달고 난 이후 3분기 컨퍼런스 콜에 처음 등장했다. 한두 차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기업설명회를 주재하며 경영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2.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은 지분 매입을 통한 기업가치 높이기에 늘 열심이다. 지난해에도 10여 차례 자사주를 장내매수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 방어와 책임 경영 실천 ‘두토끼 잡기’에 나선 행보로 풀이된다. 주가 급락 상태에서 오너가가 직접 주식을 매입하면 주주들에게 회사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고 책임경영 명분까지 쌓을 수 있어서다.
#3.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해외 출장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지난 6월에 유럽으로 출국해 현지에서 식·음료 분야와 명품 분야 등 롯데의 사업 파트너들을 만나 업무협력을 논의했다. 눈길을 끈 것은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조성된 ‘롯데 클러스터’를 방문한 것. 그는 롯데알미늄 공장을 찾아 시제품을 직접 확인하고 롯데가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1100억원을 추가 투자해 양극박 생산 규모를 2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늘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
올 상반기 주식 시장이 죽을 쑤는 가운데서도 OCI 이우현 부회장, 세아그룹 이순형 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주식평가액은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우현 부회장은 OCI 주식이 40% 가까이 크게 오르면서 주식평가액이 올 초 1244억원에서 6월 말 1725억원으로 480억원(38.6%) 껑충 뛰었다. 그 뒤를 이어 이순형 회장이 1113억원에서 1388억원으로 275억원(24.7%) 늘었고, 신동빈 회장은 6943억원에서 8485억원으로 1541억원(22.2%) 불어났다. 주식가치 증가율 톱3에 오른 이들 세 명은 위기 속에서도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실적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면서 선방했다.
이에 반해 넷마블 방준혁 의장, 다우키움 그룹 김익래 회장,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주식가치가 각각 –46.0%, -40.3%, -39.0% 떨어지며 하락률 톱3의 불명예를 안았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상반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집단 중 올해 6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 1000억원이 넘는 그룹 총수 33명이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33개 그룹 총수의 올해 1월 초와 3월 말 주식평가액은 각각 64조6325억원, 59조7626억원이었다. 6월 말에는 51조4463억원으로 3월 말보다 주식가치가 더 내려앉았다. 올 초 대비 6월 말 기준으로 보면 최근 6개월 새 33곳 그룹 총수 주식재산은 13조1862억원이나 크게 감소했다. 이는 20.4%나 하락한 것으로, 올 초 때 파악된 총수 주식재산의 5분의 1 정도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 상반기 주식재산 10% 상승 총수 4명…OCI 이우현 부회장은 40% 육박
33명의 그룹 총수 중에는 29명이나 올 상반기 주식재산이 쪼그라들었다. 열에 아홉에 해당하는 87.9%가 주식평가액 하락으로 울상이었다. 반면 4명의 그룹 총수는 주식가치가 상승해 미소를 지었다.
상반기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 그룹 총수는 OCI 이우현 부회장이다. 그는 OCI 종목에서만 주식을 보유 중인데, OCI 주가가 40% 가까이 크게 오르면서 주식평가액도 올 초 1244억원에서 6월 말 1725억원으로 480억원 이상 상승했다. OCI 주가가 크게 오른 배경에는 국내 유일의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라는 프리미엄도 한 몫 거들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웨이퍼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 중 하나다.
이외 세아 이순형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도 주식재산이 20% 넘게 껑충 뛰었다. 이순형 회장은 1113억원에서 1388억원으로 6개월 새 주식평가액이 275억원(24.7%) 증가했다. 이 회장은 세아제강지주와 세아제강 주식종목 등에서 주가가 오른 영향이 컸다. 신동빈 회장은 6943억원에서 8485억원으로 1541억원(22.2%)이나 불어났다. 그의 경우 롯데쇼핑과 롯데지주 등의 주식종목에서 주가가 20% 이상 오르면서 1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6월 말 기준 주식재산 1조 클럽 중에서는 현대중공업 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몽준 이사장의 주식가치는 올 초 1조1262억원에서 6월 말 1조2481억원으로 최근 6개월 새 1219억원(10.8%) 넘게 늘었다. HD현대 주식종목의 주가가 올 초 5만3600원에서 6월 30일에 5만9400원으로 오르면서 정 이사장의 주식가치도 최근 6개월 새 10% 이상 많아졌다.
◆ 넷마블 방준혁 주식재산 ‘반토막’...조 단위 감소한 그룹 총수도 4명
33개 그룹 총수 중 20명은 올 상반기에만 10% 넘게 주식가치가 떨어졌다. 올 1분기(1월 초 대비 3월 말)에 주식평가액이 10% 이상 떨어진 총수가 7명이던 것에 비하면 갑절 이상 늘어난 숫자다. 그만큼 3월 말 때보다 6월 말에 국내 주식 성적이 더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 총수 주식재산 하락률로 보면 불명예 1위는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에게 돌아갔다. 그는 넷마블 종목에서만 주식을 갖고 있다. 넷마블의 종가는 올 초 12만7500원이었는데 지난 6월 30일에는 6만8900원으로 46%나 고꾸라졌다. 넷마블 주식이 큰 폭으로 하락하다 보니 방 의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도 2조6430억원에서 1조4283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다우키움 그룹 김익래 회장도 올 초 2116억원에서 6월 말에는 1262억원으로 주식평가액이 85억원 넘게 깎였다. 올 상반기에만 40.3%나 감소했다.
올 초 대비 6월 말 기준으로 주식재산이 30%대로 증발한 그룹 총수도 4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39% ↓(12조2269억원→7조4578억원), 네이버 이해진 36.2%↓(2조3048억원→1조4711억원), 코오롱 이웅열 명예회장 30.7%↓(3068억원→2128억원), 에이치디씨(HDC) 정몽규 회장 30.5%↓(2838억원→1972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주식평가액 기준으로 올 상반기에만 1조원 넘게 하락한 그룹 총수도 4명이나 됐다. 여기에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가장 먼저 꼽혔다. 그는 최근 6개월 새 4조7690억원이나 주식평가액이 가장 많이 줄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에서 주식을 보유 중인데, 1월 초 대비 6월 말 기준 카카오 39%, 카카오게임즈 47.2%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진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외 삼성 이재용 부회장(2조1530억원↓),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2147억원↓),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1조1069억원↓) 세 명도 주식재산이 1조원 넘게 크게 줄었다.
◇ 주식재산 1조 클럽 가입한 총수 11명...올 초 대비 1명 줄어
올해 6월 말 기준 조사 대상 33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 1월 초와 비교하면 1명 줄었다.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12조335억원)이 차지했다. 2위는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9조795억원), 3위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7조4578억원)이 꿰찼다. 주식평가액 1~3위에 해당하는 그룹 총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포함됐지만, 6월 말에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만 나홀로 남게 됐다.
4~6위권에는 각각 △4위 현대차 정의선 회장(3조2207억원) △5위 SK 최태원 회장(2조7918억원) △6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2조516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7~10위는 주식재산 1조 원대였다. △7위 LG 구광모 회장(1조9550억원) △8위 네이버 이해진 GIO(1조4711억원) △9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4283억원) △10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2481억원) 순이었다. 이외 1조 클럽에는 CJ 이재현 회장(1조209억 원)도 포함됐다. 올 초 주식재산이 1조1521억원이었던 효성 조현준 회장은 6월 말에는 8215억원으로 1조 클럽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5개 정도였다. 이중 15곳 정도만 올 상반기에 주가가 오름세로 돌아섰다. 주가가 오른 종목 중에서도 올해 1월 3일 대비 6월 30일 기준 주가가 가장 크게 상승한 곳은 세아제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아 이순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세아제강 주식종목은 올 초만 하더라도 9만5900원이던 주가가 6월 말에는 15만1000원으로 상반기 주가상승률만 해도 57.5%로 그룹 총수가 보유한 주식종목 중 가장 높았다.
이외 최근 6개월 새 주가가 20% 이상 주가가 뛴 곳은 6곳 더 있었다. △CJ프레시웨이 40.5%↑(2만9400원→4만1300원) △OCI 38.6%↑(10만3500원→14만3500원) △세아제강지주 38.5%↑(10만원→13만8500원) △롯데칠성음료33.6%↑(13만1000원→17만5000원) △롯데지주 25%↑(2만9850원→3만7300원) △롯데쇼핑 20.4%↑(8만6400원→10만4000원)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 증감 여부에 따라 해당 주식종목을 보유한 일반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가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문제는 6월말 이후에도 주가가 반등하지 않고 점점 내리막길로 가고 있어 외국 투자자는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 시장을 떠나고 일반 국내 개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절실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870억→1조3000억원...한진 조원태 ‘영업이익 증가율 1400%’ 날았다
- 영업익 1년새 93조서 145조로...덩치 큰 1000대 상장사는 코로나 맷집 강했다
- 한화 해외계열사 637곳 ‘글로벌 덩치’ 키웠다...537곳 삼성 제치고 톱
- “오너 부럽지 않다” 에스디바이오센서에 100억 넘는 주식부자 8명
- 쿠팡 ‘고용창출 큰손’...인건비 눈덩이 속에도 1년새 3만명 증가
- ‘왕서방’ ‘독수리’ 증시서 발 뺀다...지분 5%이상 보유 상장사 24% 감소
- 똘똘한 두나무 투자의 힘...우리기술투자 1년새 매출 1700% ‘깜놀’
- ‘네카라쿠배당토’ 결국 부메랑...카카오 1000원 매출에 240원이 인건비
- 억대 보수 사외이사 2년새 16명→55명...‘고위직 방패막이’ 영입 뚜렷
- 메리츠증권 평균연봉 2억490만원 1위...120개 대기업 중 톱10에 금융사 5곳
- 윤종규·조용병 주식도 웃었다...1분기 KB·신한 시총 2조 넘게 껑충
- HDC그룹 정몽규 28% 날릴 때 세아그룹 이순형은 18% 늘었다
- 1970년 이후 출생 ‘회장·부회장’만 50명...재계 세대교체 가속화
- 금융그룹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주가 부양엔 '백약이 무효'
- 한국항공우주 폭락장 뚫고 63% 날아올랐다...상반기 시총 증가율 톱
- 1000대 상장사 재무건전성 튼튼해졌다...부채비율 20년새 320%→160%
- 법인세 감면하면 고용 창출?...상위 100곳 5년 살펴보니 ‘연관성 불분명’
- 삼성·SK·현대차·LG 4대그룹 ‘매출 20%·순익 40%’ 차지...한국경제 핵심엔진 역할 뚜렷
- 삼성 ‘매출 앞자리 숫자 3개’ 올해 바뀐다...그룹 400조-전자 300조·200조로 점프업
- 30-30클럽 동시 달성...HMM·네이버·에스디바이오센서·셀트리온·씨젠 ‘초알짜’
- CEO 이름 ‘영준’ 가장 많다...‘정‧최‧조‧강’씨 인구수 대비 최고경영자 비율 높아
- 최수연·조희선·김제현...오너 패밀리 아닌 1000개 기업 여성CEO 달랑 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