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에 불안한 운전자...“운전자보험 도움 안돼”

“개정 도로교통법 대부분 신호위반 처분...벌금 낮아 운전자보험 보장 어려워”

2022-07-13     박재찬 기자
횡단보도 앞 일시 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을 하루 앞둔 11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우회전 차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표시판이 설치돼 있다/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보행자 보호 의무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운전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일을 전후로 새로운 운전자보험을 내놓고, 기존 상품의 보장도 확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명 ‘민식이법’ 시행 당시에도 보험사들이 공포마케팅으로 운전자보험을 불티나게 팔았다고 지적하며, 이번 개정 도로교통법은 대부분 신호위반 처분과 관련된 내용으로 벌금이 낮아 운전자보험으로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횡단보도 우회전 시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단속이 시작되면서, 각 손해보험사들은 운전자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에 개정된 도로교통법 27조 1항은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거나, 통행하려고 할 때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운전자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멈추면 됐다. 하지만 횡단보도 일시 정지 의무 대상에 보행자가 통행하려는 때까지도 포함되면서 앞으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기다리기만 해도 멈춰야 한다. 또 횡단보도의 보행신호 설치 유무와 상관없이 일시정지가 모든 횡단보도로 확대됐다. 그리고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 주변에서도 보행자의 횡단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일시 정지해야 한다.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운전자는 신호위반 처분을 받으면 벌점 10점과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을 부담해야 하고, 운전자가 보행자에 사고까지 낸다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해 5년 이하 금고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경찰청은 법 시행 후부터 1개월 동안을 계도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각 보험사들은 벌금지원금, 교통사고처리지원금, 변호사선임비 등을 보장하는 운전자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운전자만 가입할 수 있는 ‘뉴(New)삼천만인NH재해보험(무)’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자동차 사고로 상해가 발생했을 때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내비에서 주행한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방식의 ‘카카오내비로 탄 만큼 내는 운전자보험’을 출시했고, 캐롯손해보험은 월 990원부터 9000원까지 다양한 플랜으로 구성된 운전자보험을 선보였다. 여기에 삼성화재는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이하 교사처) 특약가입 시 피해자의 4주 미만 부상치료에 대한 보상을 기존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2배 늘렸다고, 피해자 6주 미만 부상치료에 대한 보상한도도 500만원에서 최대 800만원까지 60% 증액했다. DB손해보험도 교사처 특약을 피해자가 4주 미만 부상일 경우 250만원, 4~5주 사이 부상일 경우 700만원으로 보상한도를 확대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 판매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0년 4월 20일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특정범죄 가중처벌이 시행되면서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 판매에 나섰다. 당시 보험사들이 기존 운전자보험을 깨고 새로운 운전자보험에 형사합의금 특약 담보를 크게 높여 가입시켰다. 그 결과 월평균 30만건에 불과했던 운전자보험 가입 건수는 민식이법이 시행된 2020년 4월에만 무려 83만건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월 가입 건수가 3배 정도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형사합의금이 큰 스쿨존 사고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식이법 시행 때와 마찬가지로 최근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보행자 보호 의무가 강화되면서 운전자들의 불안이 커졌고, 이 점을 이용해 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에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시행된 도로교통법은 대부분 신호위반 처분과 관련된 것으로 벌금이 낮아 운전자보험으로 보장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대형 GA 관리자는 “최근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받는 과태료가 행정적 벌금과 벌점밖에 없어 운전자보험이 보장할 수 있는 영역이 거의 없다”며 “운전자보험을 갖고 있으면 추후 혹시 모를 사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이번 개정 도로교통법과는 큰 도움이 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