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파리바게뜨, SPC가 운영하는 곳 아냐? 그냥 가자”
지난 26일 오전, 출근길에 들러 빵을 사는 손님들로 늘 북적이던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고요함이 매장을 가득 덮고 있었다. 밖에서 유리창을 닦으며 지나가는 이들의 말을 듣던 점주는 어두운 얼굴로 한숨만 푹 내쉬었다.
SPC그룹 계열사의 가맹점들이 최근 사망사고를 비롯한 산재사고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SPC 계열의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여성 직원이 근무 중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으며, 23일에는 샤니 제빵 공장에서 직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SPC는 SPL 평택 공장 사고가 발생하고,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그러나 공장에서 사고 현장을 천으로 덮어놓고 작업을 이어가도록 한 사실과 고인의 장례식장에 자사 제품을 보낸 일 등이 알려지며 국민의 공분을 샀다.
결국 허 회장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지만,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는지 SPC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은 확산세다. 각종 온·오프라인에서는 SPC 불매운동을 독려하거나 동참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들은 가맹점주들이다. 파리바게뜨를 비롯해 배스킨라빈스, 던킨 등의 가맹 브랜드를 보유한 SPC의 전국 가맹점 수는 약 6000곳에 이른다.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저희가 봐도 너무 안타까운 사고라 더더욱 말도 못한다”며 “괜히 여기저기 호소했다가 상황이 더 나빠지면 결국 점주들만 고통”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
불매운동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1주일 새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줄었다.
파리바게뜨 뿐만 아니라 SPC의 다른 계열사들도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예상된다.
SPC의 멤버십 애플리케이션 ‘해피포인트’와 배달·픽업 서비스 플랫폼앱 ‘해피오더’ 이용자 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해피포인트 앱 이용자 수는 사고 이후 일주일 만에 15% 줄었다.
해피오더 앱의 이용자 수는 사고일인 지난 15일 5만3000여 명에서 지난 20일 3만8000여명으로 최근 1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1~22일 4만 명대 초반으로 소폭 올랐으나, 여전히 사고 이전 수준보다 1∼2만 명가량 낮았다.
협의회는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에 대해 회사 측의 미흡한 대처에 대해 저희도 많이 비판하고 질책했다”며 “회사는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반성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금은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이어 “언론의 공포스럽고 자극적인 보도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과 가족들이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소상공인 가맹점주 입장을 고려해서라도 도를 넘어서는 폭력적이고 과장된 보도를 자제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SPC도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본사가 완제품 형태로 납품하는 소보루빵, 단팥빵, 식빵 등 13개 품목에 대한 반품을 허용하기로 했다.
유통기한 내 판매되지 않은 제품도 본사가 재구매한다. 추후 협의회와 대화를 지속해 추가 지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던킨을 운영하는 또 다른 가맹점주는 “섣불리 손실 보상을 요구하기도 그렇고, 여러모로 눈치가 많이 보인다”며 “회사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처우를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지 가맹점주들이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