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희숙 진보당 대표 '尹정부, 국민 목소리 듣지 않으면 분노 폭발'
"독선·오만한 정부 반드시 국민에게 심판" "권위·힘으로 통치해선 안 돼…저항 유발" "진보정치 힘 키워 우리나라 한 축 될 것"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이지예 기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정부는 반드시 국민에게 심판을 받았다. 지난 역사에서 촛불항쟁이 보여준 교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진보당사에서 진행된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국민에게 희망이 아닌 불안을 주는 정치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최근 광화문 등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분노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정부가 각계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금과 같은 국정 기조를 유지한다면 그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앞으로 2년 뒤에 치러질 총선을 돌파, 제3당으로 자리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한국 사회의 정치를 바꾸려면 진보정치의 힘이 커져 거대 양당을 견제,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동안 대안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진보정치가 우리나라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당을 키워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피력했다.
다음은 윤 대표와 일문일답.
▶곧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현장을 많이 다녀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수행해 나갔다. 지난 8월 당선이 확정됐을 때도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농성장에 있었다. 여러 감정을 느꼈는데 '진보당이 있어야 할 곳은 여기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하이트진로 고공 농성장, 김포 에어팰리스 헬기 조종사 농성장, 반지하 침수피해 현장, 쌀값으로 고생하는 농민들의 시위현장, 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 등을 찾아다니는 등 파업투쟁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진보당 1기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1기가 워밍업 기간이었다면 2기는 1차전 본선이 시작되기 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진보당은 지난해 10년을 내다보는 집권 프로세스를 짰다. 1단계가 오는 2024년 총선 승리다. 1기 때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한 지방선거에서 21명의 당선자를 낸 만큼 2기에서는 총선을 돌파해 제3당으로 자리잡고자 한다. 지난 지방선거 때 영남과 호남에서 약진했던 만큼 이곳에서 의원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무엇인가?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SPC 평택 제빵공장에서 청년 노동자가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계열사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빚어졌다. 재작년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줄을 잇기도 했다. 모두 과로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다. 사람이 한계치에 다다르면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다. 시대에 맞는 노동환경과 기업의 인식을 만들어내는 게 우리의 목표다. 우리 국민 대다수가 땀 흘려서 먹고 사는 사람들 아닌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자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잘 시행되고 있다고 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랜 기간 진보 노동진영의 과제였지만 여전히 우리는 산재 사망사고 1위 국가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으면 기업이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게 처벌해야 하는 게 이 법의 취지인데, 기획재정부는 경영 책임자들의 책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굉장히 기만적인 행동이다."
▶‘진보의 위기’라는 진단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 원인과 대책은?
"지난 박근혜 정부 때 통합진보당 해산은 진보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접게 만들었다. 진보정치가 거대 양당에 흡수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총선에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일부 운영하기도 했지만 굉장히 제한적이었다. 오히려 위성정당이 난립해 소수 정당들이 원내에 진출할 기회가 축소됐다. 이런 요소들이 진보 정당의 존재감을 미약하게 하고 분산시켰던 것 같다. 물론 진보정당 자체로도 대안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한국정치에서 기득권 양당체제는 공고화돼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정치를 바꾸려면 진보정치가 힘이 커져서 이 양당을 견제하고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정치의 도약을 위해 2년 전 총선 때 원내진출에 실패한 뒤 지역과 현장으로 내려갔다. 다시 당을 키워 진보정치가 우리나라 정치의 한 축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진보 정당들과의 연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진보 정당들 간의 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선거 때만 잠깐 힘을 합치는, 즉 정치공학적인 단일화로는 확장성이 없고 감동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는 일상적으로 연대하며 공동 대응·실천을 해나가고 선거 때도 같이 대응해 나가자는 취지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간 연석회의를 만들어 상설기구가 됐다. 정기적으로 모여 노조법 개정 투쟁과 정치개혁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의당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 진보당은 의석도, 소위 말하는 스타 정치인도 없다. 대표적인 사업이나 활동 정책이 뚜렷하지도 았다. 하지만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정치가 민생과 동떨어져 있는 상황 속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진보정치를 만드는 데 앞장서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채무 상담을 시작했다. 고금리시대에 가계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 이는 곧 우리 가계에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범단계지만 매주 수요일마다 남대문, 홍대 등지에서 채무상담을 벌이고 있다. 전화상담도 시작했다. 회생이나 파산 등의 방법으로 빚 문제를 해결하신 분들도 있다. 금융 상담사를 양성, 전국에 상담 거점을 만들어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자 한다."
▶윤석열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에게 희망이 아닌 불안을 주고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시정연설에 제1야당이 보이콧한 것을 두고 '헌정사 최초의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부 역시 헌정사 최초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준비되지 않은 정부라고 하지 않았나.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주변의 도움도 받을 줄 알아야 하는데,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 독선적이고 오만한 정부는 반드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았다. 지난 역사에서 촛불항쟁이 보여준 교훈이다. MBC 탄압과 윤석열차 제지 논란 등을 보면 윤석열 정부는 국민을 권위와 힘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이는 결국 국민의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부를 통해 배워야 한다. 최근 광화문 등지에서 벌어지는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도 분노의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적인 사안으로 아직 확장되진 않았지만 정권 초기부터 퇴진 구호가 들리고 있지 않나. 노동자들은 노동자대회를 농민들은 쌀값 폭락과 관련해 농민대회를 준비하고 있고, 진보당은 이들과 투쟁하려 한다. 정부가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지금과 같은 국정 기조를 유지한다면 탄핵 또는 퇴진 정국 때처럼 또다시 분노가 폭발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기존 지지층이 앞으로도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집권당으로서 상당한 책임이 있다. 행정, 의회, 지방 권력까지 모든 권력을 다 가지고서도 촛불 개혁 과제를 완성하지 못한 데 대한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 하려면 지금이라도 제1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노동법 2·3조 통과, 쌀값 안정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등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진보당 내에서는 지금 시대에 대해 ‘낡은 것은 갔는데 새로운 것이 오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정의를 내린 적 있다. 이미 낡은 세력들은 탄핵 촛불 등으로 정치적으로 한번 심판을 받았는데, 그 다음 대안이 될 만한 정치세력이 나오지 않았다. 민주당도 시대 정신에 부합하는 가치와 이에 부합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데 아직 기성 정치세력이지 않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시대에 맞는 인물을 누가 내놓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