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만 본다'…유통업계, 여성 CEO·임원 전진 배치
이정애 LG생건 대표, 4대그룹 첫 여성 전문경영인 사장 롯데멤버스, 첫 외부 여성 대표로 김혜주 전무 내정 11번가,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 신임 대표 내정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천소진 기자] 유통업계가 내년 사업을 이끌 정기 임원인사를 마무리한 가운데, 여성 임원들이 심심찮게 발탁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기업을 필두로 성별을 떠나 오직 능력만으로 승진하는 문화가 점차 업계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일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로 김혜주 전무를 내정했다.
김 대표는 금융, 제조, 통신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풍부한 데이터 분석 경험을 보유한 빅데이터 전문가로, 삼성전자, KT를 거쳐 현재 신한금융지주 빅데이터부문장, 마이데이터유닛장 상무를 역임했다.
또 새로 승진이 된 여성 임원으로 정미혜 롯데제과 상무보, 채혜영 롯데칠성 상무보, 한지연 롯데백화점 상무보, 김지연 롯데홈쇼핑 상무보, 이정민 롯데건설 상무보, 윤영주 롯데에이엠씨 상무보 등 총 6명이다.
롯데측은 “여성 임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조직의 다양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올해 여성 임원은 47명으로, 지난해 대비 12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지난 10월 조기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CJ올리브영 신임 대표에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이선정 경영리더를 내부 승진해 취임시켰다.
이 경영리더는 1977년생 여성으로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다. 그룹의 미래를 위해 중기비전 중심의 혁신성장과 최고인재육성에 나설 사업가, 전략가 중심의 발탁을 강화한 인사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현재 음료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이정애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CEO로 내정했다.
비(非) 오너가 출신 여성 전문경영인이 사장 자리에 오른 것은 LG를 포함한 삼성·SK·현대차·롯데 등 5대 그룹 전체 중에서도 최초다.
1986년 LG그룹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생활용품 사업부장,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 리프레시먼트(음료) 사업부장을 역임하며 LG생활건강 전체 사업과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11번가도 지난 1일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에 내정했다. 첫 여성 CEO가 될 안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현재 운영총괄을 맡고 있는 안 내정자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9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인 고희진·박남영 상무 2명을 부사장 자리에 올렸다. 여성 임원 중 부사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부사장은 빈폴사업부장과 글로벌소싱담당, 에잇세컨즈 사업부장을 지냈으며, 박 부사장은 빈폴사업부장과 전략기획담당, 해외상품 2사업부장을 지냈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0월 여성 임원 4명을 새로 뽑았다. 백화점에서는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에서는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는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솔루션은 임원인사를 통해 갤러리아 부문에 김혜연 프로를 신임 임원으로 발탁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신사업전략실 소속인 김 프로는 1981년생으로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한편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발표한 ‘2022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403명으로, 지난해 322명보다 81명(25.2%) 늘었다. 2020년 대비 지난해 여성 임원이 12.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2배 정도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가 예상되는 내년은 그룹의 미래도약 여부가 판가름되는 결정적인 시기기 때문에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중요한 시기에 비 오너가 출신 여성 CEO를 비롯한 대기업의 여성 임원 탄생은 업계 전체적으로 영향을 많이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