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이어 베트남 국가주석…재계 총수들의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2023-12-02     안병용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오는 4~6일 국빈 방문한다. 최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추진 중인 네옴시티 사업의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국내 재계 총수들이 푹 주석의 행보에도 부푼 꿈을 꿀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한국 경제의 신 성장 동력으로 평가 받는 국가라는 점에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푹 주석은 오는 5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다. 평소 친기업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은 이날 소인수환담, 정상회담, 국빈만찬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기업인들을 동행시키거나 관련 환담을 나눌 가능성이 있다. 이와 별도로 푹 주석은 이튿날인 6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 주최로 서울 대한상의 회관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다. 한국과 베트남의 기업인 수백 명이 모이는 이 행사에서 푹 주석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중소·중견기업들이 대거 집결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포럼은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기업 간 업무협약(MOU)이 대거 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푹 주석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을 만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들로선 푹 주석의 방한을 사업 확장을 이뤄낼 기회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탈중국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흐름에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8월 복권 후 첫 해외 출장지로 베트남을 선택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롯데 계열사와 임직원 등을 점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후 첫 국외 출장지로도 베트남이 거론된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전 세계 수출량의 절반가량을 만드는 핵심 거점이다. 삼성전기를 통해 투자 중인 베트남 내 반도체 부품 생산공장은 내년 7월 가동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 외 LG, 현대차, 신세계 등의 기업들도 베트남 사업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베트남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한국과 교역이 많다. 지난해 베트남과 교역에서 기록한 흑자 규모는 328억 달러 수준이다. 성장세 둔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세안(ASEAN)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230억 달러를 베트남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 푹 주석의 방한 기간에는 특히 원전 부문 협력이 예상된다. 베트남은 최근 산업화에 따라 전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원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로선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인 셈이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희토류 협력도 기대된다. 베트남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2200만 톤) 보유국으로 꼽힌다. 베트남은 지난해 요소수 부족 사태 때 요소 1만9000만 톤과 요소수 60만 리터를 우리 정부에 지원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잠재력이 큰 베트남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눈독을 들여온 시장”이라면서 “투자 유치를 중심으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각축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