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 본격화 신호탄에 금융권 결국 '폭발'…노조 '낙하산 CEO 거부한다'
12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기업은행·BNK금융' 가세 "금감원장 사퇴 보은, 지역민 무시한 처사" 비판 줄이어 기업銀, 출근 저지 투쟁 시사…BNK, 13일 '후보군' 확정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최근 몇몇 금융사 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정치권발(發) 외풍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거나 현 정부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새 금융그룹 회장 또는 은행장에 거론되고 있어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시민단체는 즉각 '낙하산 CEO' 인사를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를 비롯한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금융정의연대 등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엔 특히 IBK기업은행, BNK금융그룹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금융사 노조들도 자리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움직이는 주체는 검찰 세력뿐만 아니라 모피아도 있다"라며 "은퇴했거나 전 정권 요직 인사들을 '선수'로 내세워 금융사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IBK기업은행을 거론하며 "전 금감원장마저 기업은행장으로 내려보낸다는 이야기가 있다"라며 "감독당국의 수장이었던 인물이 피감기관으로 내려오면 감독당국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겠는가.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받는다"라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훌륭했다면, 임기를 채워주는게 맞았다"라며 "그러나 임기를 못채우고 나간 원장을 6개월 만에 기업은행장으로 내려보낸다면, 이는 금감원장 사퇴의 보은이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모피아들의 자리 챙기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 공정·상식은 어디로 갔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IBK기업은행, BNK금융 노조도 비판에 가세했다. 먼저 IBK기업은행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나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새 행장이 선정된다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장 13일부터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영선 IBK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관련법상 금감원장은 시중은행장으로 갈 수 없으나, 기업은행이 기타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편법으로 내려온다면 이것은 정권의 수치다"라며 "출근길 저지 투쟁 등을 이어갈 수 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2020년 현 윤종원 행장의 출근길을 막는 투쟁을 벌인 바 있다. 현 윤종원 행장도 관료 출신으로 지난 1983년 행정고시 합격 후 △재무부 △재정경제원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쳤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엔 1년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냈다.
만약 이대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새 행장으로 내정된다면 출근길 저지 투쟁이 재현될 수도 있다.
김지완 회장의 후임을 선정하는 BNK금융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권희원 노조 위원장은 "지역소멸, 경기침체 등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응력을 갖춘 CEO가 BNK를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NK금융은 지역민과 함께 성장해온 지역의 공공재다"라며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인한 경쟁력 훼손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다"라고 말했다.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3일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을 확정한다. 또 이달 중으로 서류심사 평가를 거쳐 2차 후보군, 최종후보를 가릴 예정이다.
기업은행, BNK금융 이외 다른 금융사에서도 정치권 '외풍 논란'에 대한 반발은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날 오후 새 NH농협금융 회장으로 낙점된 이석준 내정자도 지명과 함께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 몸 담았다는 점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을 지냈다는 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석준 내정자는 윤종원 행장과 같은 해인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쳤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을 두고 "이렇게 되면 지금 거론되는 인물들이 그대로 금융그룹 회장이나 은행장이 된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매번 인사철이 되면 연임 여부에 대해 가늠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관치인사, 정치권 외풍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