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희망퇴직 시끌...노조 '압박도 모자라 ''찍퇴'까지 활용' 주장
노조 "노사 합의 없는 희망퇴직은 비상식적" 하이투자 "희망퇴직 인위적 구조조정 아니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이기정 기자] 증권가 인력 감축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 노사가 팽팽한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노조는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8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다. 최종 신청자는 많지 않은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하이투자증권은 신청자를 대상으로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초 노조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독자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했다. 노조와 사전 논의는 수 차례 진행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 희망퇴직 대상자는 1967년생(56세) 이상이거나 근속연수 20년 이상, 2급 부장급(최소 18년차 이상)이다. 세 요건 중 하나라도 해당될 경우 대상이 된다. 회사 전체 정규직의 약 40% 수준이며, 일부 40대 임직원이 포함된다.
희망퇴직 접수 마감이 일주일 가량 지났지만, 노조는 희망퇴직에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DGB금융그룹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당시 5년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는 이번 희망퇴직 진행과정에서 회사 측의 압박이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리테일 그룹과 희망퇴직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직원 등을 중심으로 강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하이투자증권 본부장급 임원들이 희망퇴직 과정에서 임직원들과 수 차례 면담을 진행하며 압박을 넣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녹취본을 확보했고, 이를 활용해 향후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희망퇴직을 앞두고 회사 내 흉흉한 분위기를 조성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디지털케어팀'을 신설했는데, 해당 부서에 직원들을 강제로 배치하며 이른바 '찍퇴(찍어퇴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하이투자증권이 디지털케어팀에 10여명의 인력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희망해 해당 부서로 들어간 인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희망퇴직 과정에서 특정 직원과 여러번 면담을 진행한 것만으로 해당 직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적다고 회사 측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조는 희망퇴직을 노조와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진행한 것에 대해서도 상식적인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KB증권은 지난 15일까지 진행된 희망퇴직에서 노조와 사전 합의를 마쳤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진행한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노조가 없어 해당 사항이 없고, 법인·리서치 조직 폐쇄를 결정한 케이프투자증권은 WM부문만 노조가 있어 관련 노사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으며, 희망퇴직 과정에서도 임직원에 대한 신청 강요는 전혀 없었다"며 "디지털케어팀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를 위해 신설한 것으로, 노조가 주장하는 '찍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희망하는 자에 한해 진행되기 때문에 노사가 얼굴을 붉힐 일은 많지 않다"며 "희망퇴직에 앞서 노사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상당히 드문 경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