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저격한 신한카드 노조...'더이상 은행 출신 CEO 꽂지말라'
노조 "금융지주 선임방식 일방적…폐단 반복됐다" 기자회견 이재우·위성호·임영진 전·현직, 차기 하마평 전부 은행 출신 20일 '자경위' 촉각…노조, 결과에 따라 21일부터 투쟁 예고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20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계열사 CEO들의 인사를 결정짓는데, 일각에선 임영진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카드 노조는 신한금융지주의 CEO 선임 방식을 지적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 노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신한금융지주가 은행 출신 인사를 카드사 CEO로 내세왔던 것을 '폐단'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신한을 비롯한 주요 금융지주들이 인사, 조직, 전략 등 모든 영역에서 자회사에 대한 지나친 경영 간섭과 압박을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신한카드는 그동안 지주로부터 과도한 손익목표를 일방적으로 받아왔으며, 내년에도 6000억원이 넘는 목표가 부여됐다고 밝혔다. 신한금융그룹 또는 신한은행 출신이 카드사 CEO로 내려왔던 것도 이러한 간섭, 압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실제 통합 신한카드가 출범했던 지난 2007년 10월부터 신한카드의 사장은 모두 은행 출신 인사가 도맡았다. 통합신한카드의 초대사장을 지냈던 이재우 전 사장은 신한은행 설립 원년인 1982년부터 함께 했던 인물이다.
1990년 독산동 지점 지점장을 거쳐 △무교동 지점 △역삼동 지점 △종로지점 등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이후에는 △신한은행 상무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상무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을 지냈다.
이 전 대표에 이어 취임한 위성호 전 사장도 신한은행 출신이다. 신한은행 인사부, PB사업부 부장을 거쳐 신한금융지주에선 △통합기획팀 팀장 △HR팀 팀장 △경영관리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역임하는 등 금융지주, 은행에 주로 몸담았다.
위 전 대표는 신한카드 사장에서 물러난 후 2017년 다시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은행장을 맡기도 맡기도 했다. 현재는 흥국생명 부회장이다.
임영진 현 사장도 신한은행 출신이다. 신한은행에선 약 13년 간 △비서실 실장 △오사카지점 지점장 △영업부 부장 △영업추진부 부장 △경영지원그룹 전무, 부행장 △WM그룹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신한금융투자(현 신한투자증권) WM그룹 부사장을 거쳐 금융지주에선 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신한카드로 옮겨 대표를 맡은 사례다.
현재 차기 사장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이인균 신한금융 부사장, 전필환·정용욱 신한은행 부행장,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모두 신한은행 출신이다. 임영진 사장의 거취가 불분명해지고 있고, 그 외 인물은 거론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기 사장도 은행 출신이 될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기반이 은행업이기 때문에 이곳의 인물들이 카드사 사장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또 국민, 우리, 하나 등 다른 카드사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정기 현 우리카드 사장과 지난 2018년 '카드의 정석'을 출시했던 정원재 전 우리카드 사장(현 매일유업 사외이사)도 우리은행을 거쳤다. 또 권길주 현 하나카드 사장,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 내정자도 하나·외환은행 출신이다.
신한카드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수십년간 은행업만 익혀온 사람에겐 카드사를 이끌 지식, 경험, 비전은 부족하다"라며 "또한 빅테크와의 경쟁,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 대한 이해, 전문성없이 며칠 공부하고 보고 받은 사람에게 신한카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엔 신한카드 외에도 신한투자증권, 신한라이프 노조도 함께 참석해 목소리를 더했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도 이달 말로 임기가 종료된다.
또 신한금융 계열사에선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신한자산운용 △신한자산신탁 △신한저축은행 △신한벤처투자 △신한AI 대표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신한카드 노조 측이 주장한 금융지주의 '일방적 CEO 선임' 논란이 다른 계열사로 번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신한카드 노조는 현재로선 신한금융그룹 자경위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김준영 신한카드지부 지부장은 16일 통화에서 "자경위가 20일 오후에 있을 것 같은데, 이 결과를 확인하고 만약 받아들일 수 없다면 21일부터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