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제청-대통령 임면이나 낙하산 인사 논란 지속
공직자윤리법 해당 조항 개정, 대통령실 1인 시위 등 전개
2020년 26일간 윤 행장 출근 막아…"발표 이후 대응 예정"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새 은행장으로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기업은행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중소기업은행법상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任免, 임명하고 해임하는 것)한다.
그러나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점, 최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회장으로 지명됐다는 점 등에 기업은행 노조는 현 윤종원 행장에 이어 정권의 '낙하산 인사'가 또 시작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조는 '정은보 하마평'에 대한 대응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연 기자회견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현재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정 전 원장이 이대로 새 행장으로 낙점되면 집회의 강도도 높일 것임을 시사했다.
정 전 원장은 1984년 제28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이후 △재무부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경제 관료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제14대 금융감독원 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보험연구원 연구자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만약 새 기업은행장이 될 경우 금감원장 퇴임 6개월 만에 국책은행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정 전 원장에 대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시절 자본시장을 감독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라며 "오히려 이후엔 금감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사모펀드 관련 금융기관을 징계하겠다"라고 책임론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정 전 원장의 인사가 법에 어긋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에 따르면 공무원,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법인, 유관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가능성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은행은 기타 공공기관(국책은행)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정권 낙하산 인사의 '착륙지'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감독기관(금융감독원) 수장이었던 인물이 피감기관(기업은행)으로 옮길 경우, 감독기관의 역할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이들은 현재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실제 정 전 원장이 내정된다면 출근길을 막는 강도 높은 집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이로써 지난 2020년 한달 가까이 이어졌던 노조의 '출근길 저지 집회'도 재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집회의 원인도 윤종원 행장을 둘러싼 낙하산 인사 논란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했으나 정치·금융권에서는 윤 행장 자격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치'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윤 행장의 첫 출근일인 2020년 1월 3일부터 집회를 시작했다. 집회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격 논란을 해명하면서 노조에게 양해를 구하는 발언도 더했다.
그러나 집회는 한달 가까이 계속됐고, 26일 만인 1월 29일 노사가 '6대 공동선언'에 합의하며 마무리됐다. 이때 기업은행 노조가 이어간 '26일간 집회'는 금융권 최장 기록이다.
공동선언문엔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정규직 일괄 전환 직원 정원통합 문제 해결 △임금체계 개편 추진 시 노조와 협의 △임원 선임절차 투명성·공정성 개선 노력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인병 휴가 확대 위해 유관기관 적극 협의 등이 포함돼 있다.
노조는 현재 낙하산 논란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우선 법 개정, 1인 시위에 집중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확정됐다는 발표가 없어서다.
한 관계자는 "차기 은행장으로 거론됐던 인물은 그간 여럿 있었으나 현재 정부에선 정은보 전 원장으로 이미 결론났다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라며 "다만 차기 행장 발표는 통상 이전 행장 임기 만료 일주일 전 났기 때문에 노조 측 대응은 내년 1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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