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폐기②] 건보개혁 완전 정착 때까진 실손 손해율·적자폭 더 확대
“비급여 항목 진료·검사 멈추는 것 쉽지 않아...실손 정상화까진 오랜 시간 걸릴 것”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민건강보험 개혁을 선언한 가운데 '문재인 케어' 이후 적자폭이 확대된 실손의료보험의 정상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케어' 시행 이후 의료쇼핑과 비급여오남용으로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급증했고, 적자규모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 개혁에도 실손보험 정상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일명 문재인 케어의 폐기를 선언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의 대대적인 수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문 케어는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30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미용이나 성형 목적의 의료행위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진료, 수술 등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골자다.
결과적으로 당초 3600여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하겠다던 문 케어의 계획은 36.4%라는 아쉬운 성적으로 마무리 됐고, 보장률도 70%를 목표로 했지만 65.3%에 그쳤다. 그러면서도 건보 재정수지는 악화돼 이 상태라면 오는 2028년까지 6조4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발표한 ‘2020년도 건보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진료비 102조8000억원 중 건보 부담 비용은 70%에 육박하는 67조1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문 케어가 시행되면 공적의료비용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사적의료영역인 실손보험의 적자규모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문 케어의 영향을 분석할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출범시켜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건강보험 확대에 따른 실손보험료 인하도 논의했다. 정부 및 금융당국은 문 케어 시행 영향으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하락할 것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2017년 123.2%에서 2018년 122.4%로 0.8%포인트 감소했던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9년에 135.9%로 13.5%포인트 급증했고, 2020년 132%, 2021년 135.5%를 기록해 문 케어를 도입한 2017년 손해율 대비 약 10%포인트 증가했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도 크게 늘었다. 2017년과 2018년 1조2000억원을 기록했던 실손보험 적자는 2019년 2조5000억원, 2020년 2조5000억원, 지난해 2조8000억원이었다. 손해율과 적자규모가 늘어나면서 보험료 인상률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9년과 2020년 6~7%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전년의 두배에 가까운 10~12% 인상했다.
실손보험 손해율 증가 및 적자 확대의 원인은 급여항목 증가로 의료비용 부담이 줄자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증가했고, 이들의 진료 및 치료과정에서 비급여 의료비가 함께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보사의 지난해 4대 비급여 의료비 지급 보험금은 1조4035억원으로 문 케어 시행 이듬해인 2018년 7535억원 대비 86.3%나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4대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지급이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오는 2026년 4조3000여억원, 2031년 16조3000여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4대 비급여 항목의 누적 지급 보험금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간 65조원에 이르게 된다.
또 비급여 증가 원인으로 일부 의료기관의 비급여 오용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량을 무리하게 확대한 것이다. 특히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일부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실손보험료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진료비를 비싸게 받기도 했다. 도수치료는 처방 및 시행하는 의사의 범위도 정해지 있지 않고 비전문적인 치료인데다 치료비도 의료기관별로 최대 1700배까지 차이났다. 또 백내장 수술도 지난해부터 과잉 진료와 관련 보험금 지급이 최대 100배 넘게 급증해 올해 초 집중적인 단속에 나선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개혁의 방향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건보 급여와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건보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하고, 절감된 재원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분들을 두껍게 지원할 것이다”라며 “중증 질환처럼 고비용이 들어가지만 필수적인 의료는 확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건보 제도의 요체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중증 질환 치료와 필수 의료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보험업계는 건강보험 개혁에 대한 후속 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문 케어 폐기가 보험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건강보험 개혁의 핵심이 급여 항목의 비급여화에 맞춰진다면 향후 서서히 의료기관 이용이 낮아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비급여 항목수 증가와 함께 이용도 늘어 실손보험 손해율과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비급여 항목의 의료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건보 정책 변화에 따라 갑자기 진료 및 검사행위를 멈추는 것은 쉽지 않다”며 “결국 건강보험 개혁의 비용 부담은 천문학적인 실손보험 적자를 감당하고 있는 보험사와 선량한 가입자에게로 고스란히 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