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결산] 유통업계, 고물가·사고에 울고 엔데믹에 웃다
대형마트, 고물가에 최저가 프로젝트 도입 화재·안전 사고에…관련 제도 정비 및 개선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천소진 기자] 올해 유통업계는 다양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인한 돌파구를 찾고자 변화를 꾀했으며, 뜻하지 않은 사고로 제도 개선에 나선 곳들도 있었다. 오직 성과만으로 여성 임원들이 대거 승진하는 기업 또한 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형마트, 고물가에 최저가 경쟁 돌입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급격한 소비 심리 악화로 대형마트는 올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들은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판매가를 인하하며 특별 물가 안정 프로젝트에 돌입하는가 하면, 물가 안정 태스크포스(TF)팀을 가동해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장기화로 움츠러든 소비에 활력을 더하고 가계에 도움이 되기 위해 ‘긴급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고객 수요가 높은 신선식품, 신선 가공식품 등을 할인가에 선뵌다.
롯데마트도 지난 3월부터 ‘물가 안정 TF’를 가동하고 ‘Pricing팀’을 운영하고 있다. Pricing팀은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의 적절성과 각 상품 특성에 따른 가격 분석을 통해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가격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물가관리를 집중적으로 하는 팀이다.
이마트는 지난 7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주요 상품들의 가격을 내리고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우유 김치 등 가공식품, 계란 양파 등 신선식품, 화장지 비누 등 일상용품 일부 제품이 대상이다.
◇IPO부터 인수까지…격변의 이커머스업계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이커머스업계도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적자 확대 기조를 변경, 수익성 향상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쿠팡은 로켓배송 도입 이후 8년 만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37억원으로, 매출도 6조8383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역시 이커머스를 키우면서, 지난 3분기 커머스 부문 매출이 4583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보다 19.4%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커머스와 멤버십, 중계·판매 등이 포함되는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10조5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나머지 이커머스 기업들은 기업공개(IPO)나 매각을 실시했다.
큐텐은 지난 9월 티몬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모펀드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PSA컨소시엄(티몬글로벌)이 보유한 티몬 지분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하는 형태의 계약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와 이베이가 합작해서 세운 회사로 싱가포르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컬리와 SSG닷컴, 11번가 등은 올해 초부터 IPO 준비에 집중했다. 그러나 증시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며 모두 IPO를 사실상 내년으로 연기했다.
새벽배송 유일 흑자기업인 오아시스마켓 역시 예비심사 기간이 길어지면서 연내 상장이라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1분기로 조심스럽게 상장 목표를 변경하는 한편 오프라인 확장과 퀵커머스 사업으로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월드컵 특수에 매출 '훨훨' 편의점, 3강 체제로
편의점은 ‘생활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거듭한 끝에 대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매출이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5.9%로 집계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 비중 합 15.7%를 앞선 것이다.
코로나19 영향에 소비 트렌드가 대형 매장보다는 집에서 가까운 소형 매장으로 재편되면서,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 매출은 대형마트 3사 매출을 추월한 것으로 업계는 봤다.
이같은 상승세를 타고 편의점들은 올해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과 월드컵 마케팅을 벌이며, 호실적을 이어갔다.
또 지난 3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이 한국 미니스톱 인수하면서 편의점 3강 체제를 공고화했다.
지난달 말 기준 미니스톱에서 세븐일레븐으로 전환 점포는 850개로, 이는 전체 점포 2600개 중 32.6%에 해당한다. 전환이 완료되면 세븐일레븐은 CU·GS25와의 점포 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CU 점포수는 1만5855곳, GS25는 1만5453곳으로, 미니스톱 전환이 완료되면 세븐일레븐 점포수는 약 1만4000곳으로 늘어난다. 내년 말이면 모든 미니스톱 점포가 세븐일레븐 간판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유통업계 중대재해법 1호 적용될까…안전 강화 ‘총력’
유통업계는 화재 및 근로자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 사각지대 및 관리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기업들은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으로, 사고 원인을 조사한 후 경영진 등의 과실이 입증된다면 업계 최초로 처벌을 받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이에 각 회장들이 나서 사과문과 대책 마련 및 제도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지하주차장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 노동자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로 이어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재빠르게 보상안을 내놨다. 대전점 화재 사고로 영업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 브랜드의 중간 관리 매니저와 판매사원 등 약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원했으며, 협력업체들의 결제 대금도 조기에 지급했다.
◇오직 성과만 본다…여성 임원 대거 승진
업계는 내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들을 대거 발탁해 눈길을 끌었다. 성별을 떠나 오직 성과, 능력만으로 승진하면서 유리천장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지난 15일 롯데멤버스의 첫 외부 여성 대표로 김혜주 전무를 내정했으며, 정미혜 롯데제과 상무보, 채혜영 롯데칠성 상무보, 한지연 롯데백화점 상무보, 김지연 롯데홈쇼핑 상무보, 이정민 롯데건설 상무보, 윤영주 롯데에이엠씨 상무보를 승진시켰다.
11번가도 지난 1일 안정은 최고운영책임(COO)을 신임 대표에 내정했다. 첫 여성 CEO가 될 안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난 9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여성 임원인 고희진·박남영 상무 2명을 부사장 자리에 올렸다. 여성 임원 중 부사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그룹도 지난 10월 여성 임원 4명을 새로 뽑았다. 백화점에서는 김하리 브랜드 마케팅담당과 장수진 BTS잡화담당, 이마트에서는 이경희 ESG 담당, 브랜드 본부에서는 김정민 BX 담당이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솔루션은 임원인사를 통해 갤러리아 부문에 김혜연 프로를 신임 임원으로 발탁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신사업전략실 소속인 김 프로는 1981년생으로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생 여성 임원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