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9명, 감춰진 9명…새 BNK금융회장에 업계 눈 쏠린다

안감찬·이두호 등 내부 선정…외부후보는 하마평 뿐 정부 지지·경제 관료 이력 '구설수'…정권 외풍 논란 노조 "모피아 인사 반대 천명…상황 따라 투쟁 예정"

2022-12-22     정우교 기자
사진=BNK금융지주 제공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차기 BNK금융지주 회장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들이 근무하는 증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진 김지완 회장이 조기 사임한 가운데 18명이나 되는 후보군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중 외부 후보 9명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업계에선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조만간 숏리스트(2차 후보군)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BNK금융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경영자 후보군 18명을 확정했다. 내부후보군 9명, 외부 후보군 9명이다. 

내부에서는 △안감찬 BNK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최홍영 BNK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반면 외부 후보들은 공개되지 않으면서 업계 안팎에선 여러 말이 나돌고 있다. 빈대인 전 BNK부산은행장,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등이 이름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또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도 계속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구설수에 오르는 배경은 외부 인사 대부분이 현 정부와 가깝거나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한일은행(현재 우리은행)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 전이었던 올해 3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 전 회장은 또 한빛증권 대표(1999년), 우리투자증권 대표(2002년), 우리다문화장학재단 이사장(2011년) 등을 역임해왔다. 이명박 정부에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등과 함께 'MB정부 금융 4대 천왕'이라고 불린 바 있다.

또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도 1973년 행정고시 13회에 합격한 후 재무부, 금감원 등을 거친 경제관료다. BNK금융 내부에선 이들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여기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BNK금융 회장 선임을 언급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 원장은 한 간담회에서 BNK금융그룹 회장 선임 방식이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지적을 했고, 그룹에서 이를 반영해 수정했던 사안이라고 했다. 

게다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관련된 이 원장의 발언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금융그룹 인사와 맞물려 불거지고 있는 '관치금융'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농협금융 회장으로 내정됐고,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새 기업은행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BNK금융 인사도 외부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 BNK금융 노동조합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상황에 대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권희원 노조 위원장은 "지역소멸, 경기침체 등 암울한 시기를 탈피하기 위해 지역경제 현안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BNK 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태어난 곳이 부산이라 하더라도, 경력의 대부분을 수도권에서 쌓아 온 인물들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며 "지역경제 회복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적임자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은 부산 또는 경남 출신이긴 하나, 대부분의 이력이 수도권으로 집중돼 있다. 

권 위원장은 이와 함께 BNK금융이 부산·경남 지역주민들과 함께 성장한 공공재임을 강조했다. 그는 "BNK금융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 조직 경쟁력을 훼손시키는 것은 결국 지역경제, 지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BNK금융그룹은 임직원의 97%가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BNK금융 노조는 현재까지는 2차 후보군이 나온게 아니기 때문에 대응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내부의 한 관계자는 "오는 27일 숏리스트에 프레젠테이션, 면접 일정을 공유할 예정이며, 면접 날짜는 1월 첫째주, CEO 최종 후보 결정은 1월 중순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노조에선 기본적으로 모피아 인사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상황에 따라 투쟁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