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난해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기준 강화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올해 보험금 지급기준 완화
2024-01-25 박재찬 기자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지난해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올해 다시 보험금 지급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지급기준을 강화해 보험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소비자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화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불과 몇 개월만에 대통령실에서 완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엇박’ 행정이고, 소비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올해 보험금 지급지준 완화에 나선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6월말부터 약 3개월간 접수된 국민제안 2만6600여건을 검토하고 약 360건의 제도개선 검토를 통해 최종적으로 17개 제안을 정책화하고, 국민제안 운용 경과를 기록한 ‘국민제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에 대통령실에서 발간한 ‘국민제안 보고서’의 14번째 정책화 추진과제는 ‘소비자 불편 개선 등을 위해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을 개선합니다’이다. 보험가입자가 백내장 수술 후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의 의료자문 심사 등 지급기준 강화로 보험금을 받지 못한 민원이 증가하자, 대통령실은 올해 과도한 수술서류 증빙 요구 등으로 인한 선의의 소비자 불편 개선 등을 위해 보건당국과 협의해 백내장 수술 지급심사 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해 금융당국의 ‘보험금 지금 기준 강화’로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정책을 모색 중이다”고 말했다.
백내장사태는 지난해 초 백내장수술 보험금이 급증하면서 시작됐다. 생명·손해보험업계는 지난해 1~5월까지 백내장수수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7409억원으로 이는 2021년 한해 동안 지급된 백내장수술 보험금 1조1650억원 63.6%의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고, 2020년 7937억원의 93.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백내장수술 보험금이 단기간 급증한 것에 대해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단순 시력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및 거짓청구 권유 등 과잉수술 탓으로 진단했다. 특히, 천차만별인 진료비용이 문제였다. 다초점렌즈 진료 평균비용은 상급병원보다 의원급이 더 높았고, 동일 의료기관 내에서도 2배 이상의 편차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일부 의원에서는 1000만원 이상의 고가 수술로 진행됐는데 이는 종합병원보다 5배가 비쌌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백내장수술 보험금 지급기준 강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백내장수술의 세극등현미경검사 제출을 해야 보험금 지급이 가능토록하는 등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했고, 보험업계는 갑자기 백내장수술이 급증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보험금 청구건에 대해 의료자문을 강화하는 등 더 까다롭게 지급 심사를 진행했다.
백내장 관련 보험금 지급기준을 강화하자 불만은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에게서 터져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에 1000만원이 넘는 진료비를 냈고, 보험사에는 보험료도 납입했지만, 정작 보험금은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는 백내장이 아닌데 백내장수술을 받은 이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백내장 사태는 보험사와 가입자 사이의 소송전으로 번졌다. 현재 1000여명의 실손보험 보험가입자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백내장 관련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공동소송을 진행중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강화한 보험금 지급기준을 1년만에 대통령실에 완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엇박 행정이고,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 시킬 수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보험소비자는 “보험사가 지급할 보험금이 많아지면 지급기준을 강화해 보험금을 안 주려하고, 소송과 민원이 많아지면 또 다시 보험금 지급기준을 완화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금 지급기준에 불신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백내장 사태의 핵심은 보험금 지급 기준이 아니라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와 소비자의 의료쇼핑이고, 반복되는 실손보험 누수를 막기 위한 의료수가 표준화가 핵심이다”라며 “보험금 지급 기준 완화와 관련해 아직까지 금융당국과 논의된 것은 없지만, 대통령실에서 언급한 만큼 보험금 지급 문턱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