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한일관계 정상화=새로운 자긍심…청년에 희망·기회'
국무회의 모두 발언…"日은 '숙명의 이웃'" "주60시간 이상 근무 충분한 숙의 있을 것"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일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에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미래 청년세대에 큰 희망과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2회 국무회의를 통해 한일관계의 개선 경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한일정상회담 과정에서 일본 측의 호응이 부족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의 당위성을 밝히면서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 "文정부, 수렁 빠진 韓日관계 방치해 양국 안보·경제 깊은 반목"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으나, 손을 놓고 마냥 지켜 볼 순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하는 이유로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 등 제시하면서 일본을 역사·문화적으로 가장 가깝게 교류해 온 '숙명의 이웃 관계'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가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때로는 이견이 생기더라도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를 저격하기도 했다.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방치한 탓에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안보·경제가 깊은 반목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면서도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해법인 '제3자 변제'를 추진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 제3자 변제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면서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한국의 식민 지배를 따로 특정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을 담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과 2010년 '간 나오토 담화'로, 일본 정부는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한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12년 만에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그간 양국 국민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점에 공감, 한일관계를 조속히 회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은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경제·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논의를 더욱 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 국가 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뛰어난 제조 기술과 일본 기업의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이 연계돼 안정적인 공급망이 구축될 것"이라면서 "'자원 무기화'에도 공동 대응하면 에너지 안보와 가격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한미일 및 한일 군사 정보 협력 강화,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과정에서 연대·협력, 동북아 역내 대화와 협력 활성화를 위한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가동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한 한일 두 나라의 관계 개선 노력이 구체적인 성과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각 부처에서는 협력 체계 구축과 아울러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 주길 거듭 당부한다"면서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현명한 우리 국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 '주 최대 근로 시간' 논란 수습…"노동약자 위한 담보책 강구"
윤 대통령은 이날 "근로자들의 건강권, 휴식권 보장과 포괄임금제 악용 방지를 통한 정당한 보상에 조금의 의혹과 불안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최근 논란이 된 '주 최대 근로 시간'을 꺼내 들기도 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주 52시간제'를 필요에 따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근로 시간 개편안을 확정, 입법 예고하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이후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두고 있다”고 밝히자 일각에서는 일종의 '상한선'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임금, 휴가 등 근로 보상체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약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지만,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산업 현장서 불법·폭력 추방해야…'MZ' 등과 충분히 소통"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가운데 하나인 노동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 노동 개혁의 첫째 과제는 노사법치의 확립"이라면서 "산업현장에서 불법과 폭력을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생산성과 직결되는 것으로 알려진 노동시장 유연화와 관련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수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세밀한 여론조사(FGI)를 시행하게 하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특히 MZ(1980∼2000년대 출생)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 폭넓게 소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시장 유연화 등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노동 개혁 과제에 관해 국민들께서 좋은 의견을 많이 제시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