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선거제 개편 속도…지역주의·양당제 정치구도 해소 가능할까
선거제 개편 합의 처리키로…전원위서 단일안 채택 전원위, 27일부터 2주 동안 활동…'난상토론' 전망 전문가들 "숙의 과정 없어…흐지부지 끝날 가능성↑"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가 단일안을 마련하고, 이후 합의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셈법이 제각각인 만큼, 여야가 뜻을 모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동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국회 전원위를 연다. 전원위를 열기에 앞서 국회 정개특위가 제안한 복수의 개편안을 담은 결의안을 심의, 여야 합의로 ‘단일 수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앞서 국회 정개특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전원위에 올릴 선거제 개편안을 의결했다. 개편안에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가 담겼다. 의원 정수는 기존 300석으로 정리됐다.
국민의힘이 제안한 안은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다. 이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3~5명을 선출하는 지역구와, 인구·행정구역·지리 여건·교통·생활문화권 등을 고려해 1명을 뽑는 지역구를 함께 두는 복합선거구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역구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을 채택하되, 권역을 6개 또는 17개로 나눠 선출하는 방식이다.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전국·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했다. 이는 한 선거구에서 4~7명을 뽑는 방식이다. 유권자는 정당과 정당에서 추천한 후보자 가운데 1명을 선택해 각각 투표한다. 당선자는 각 정당 득표율에 해당 선거구의 의석수를 곱해 결정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20대 총선까지 적용되던 전국·병립형 방식으로 뽑는다.
민주당이 내놓은 또 다른 안은 ‘소선거구제+권역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논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측이 향후 전원위원회에서 최종 단수안이 만들어질 경우, 여야 합의 처리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면담을 가진 것”이라며 “전원위 본격 가동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제안 설명을 시작하는 것으로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3가지 안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구성되는 전원위에서 다뤄지게 된다. 국회가 전원위를 개최하는 건 2004년 '국군부대의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 논의 이후 19년 만이다.
전원위는 오는 27일부터 2주 동안 활동할 예정이다. 선거제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여야는 난상토론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 비율 등을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행 선거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지 않은 채,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가지 안 모두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면서 비례성 강화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 확대 가능성을 담고 있는데, 권력 구조와 의석수 등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제 개편을 논의한다고 상황이 달라질진 잘 모르겠다"면서 "현행 선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에 개편을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만큼 큰 진전 없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의회 민주주의 발전과 정당 체제의 강화를 위해선 선거제를 개편해 더 이상 거대 양당 중심의 진영 논리가 우리 국회를 좌지우지하게 해선 안 되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국회에 제3당이 들어서는 것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둘 중 누가 과반 의석을 얻느냐에 대한 싸움이기 때문에 선거제도의 개혁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 여야가 절충점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