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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갭투자' 전세사기 안전지대 없다…전국으로 확산

동탄‧구리·의정부이어 부산서도 전세사기 피해 속출 전국 ‘깡통전세’ 우려지역 25곳…피해 더 늘수도

2023-04-21     김하수 기자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인천 미추홀구에서 청년세입자 3명이 사망하며 촉발된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뿐만 아니라 최근 지방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르면서 전세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한 세입자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선 두 달 새 전세사기 피해 청년 3명이 잇따라 세상을 등졌다. 전국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한 이른바 ‘건축왕' '빌라왕' '청년 빌라왕'의 소유 주택 중 인천에 있는 주택은 3008채이며, 이 중 대부분(2523채·83.8%)이 미추홀구에 몰려 있다.

미추홀구 숭의동·도화동·주안동 등지에는 1∼2개 동으로 지어진 ‘나홀로아파트’나 오피스텔과 빌라가 밀집한 곳이 많다.

최근 미추홀구가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2484가구에 이른다. 이 중 1531가구(61.6%)는 임의 경매(담보권 실행 경매)에 넘어갔고, 92가구는 이미 낙찰돼 매각됐다. 전체 피해금액은 200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오피스텔 250여채를 소유한 임대인 부부와 공인중개사 부부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 일대 오피스텔을 다수 소유한 A씨 부부에 대한 세입자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경찰에 접수된 신고만 50여건 이상이다. A씨 부부는 각자 명의로 오피스텔 253채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2020년부터 동탄 일대 오피스텔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역전세 현상을 이용해 자기 자본 없이 세입자 보증금만으로 집을 구매한 것이다. A씨 부부와 이들의 물건을 중개한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공격적인 무자본 갭투자로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미 악명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에서도 수십명의 세입자를 상대로 전세사기를 벌인 가짜 공인중개사 B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공인중개사 자격과 계좌를 빌려 오피스텔 임대계약을 중개하고 위임받은 임대차 보증금과 월세 액수보다 과다한 금액으로 허위계약했다. B씨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의정부 시내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며 총 7억 5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기 구리시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구리시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 20여명을 사기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전세사기 수법과 동일한 방식이다. 피해자는 최소 5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세입자 20명은 18억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부산진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임대인 D씨와 공인중개사 등 6명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하고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깡통전세’ 매물이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빌라로 불리는 연립·다세대에 대한 불안심리 확산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해서 하락할 경우 깡통전세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년 전 전셋값과 매매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무자본 갭투자' 환경이 조성되면서 이 시기에 조직적으로 나타난 전세사기의 후폭풍이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