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美언론도 '워싱턴 선언' 엇갈린 평가…'한·미 동맹 이정표'
"동맹 강화·北핵 억제 기여" vs "상징적 의미 그쳐·국익과 실리 내줘"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의 결과물로 내놓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비롯해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으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정치권을 비롯해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한 데다 별도의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한 만큼 파트너십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기존과 큰 변화가 없어 자체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與 "한반도 안정 위한 강력한 힘" vs 野 "국익·실리 내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핵 대응에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안정을 위한 강력한 힘이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라는 공통의 가치를 바탕으로 70년간 이어온 한미 동맹의 기반을 보다 튼튼히 하고 더 큰 미래로 나아가도록 결속을 다진 회담"이라고 평가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미 양국이 이번에 핵무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계획 매커니즘을 마련한 만큼 우리 국민들은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미사일 위협에 강력 대응하도록 한미간 핵협의그룹을 창설키로 하는 등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한 중대한 성과"라면서 "철통같은 양국 관계를 재확인하고 안보와 경제는 물론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한 다양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70주년의 청사진을 밝혔다"고 말했다.
여당에 찬사가 쏟아진 것과 달리 야당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국빈 방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그토록 강조했지만, 의전과 환대를 대가로 철저히 국익과 실리를 내준 회담이 된 셈"이라면서 "'친구가 친구를 염탐하는가'라는 NBC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신뢰가 있다면 흔들리지 않는다'며 끝내 미 정부의 대통령실 도청에 면죄부를 줬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대로 현실화했다"고 직격했다.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한반도 핵사용 권한을 미국에 단독 권한임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는 사실은 역대 진보, 보수 모든 한국 정부가 추진해왔던 확장억제 전략에 비해서 획기성, 종합성, 실효성 모든 면에서 큰 진전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민정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미국에서도 도청이 대통령 직을 내려놓을 사안이라는 것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통해 드러난 마당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고 정보가 다뤄지는 대통실이 뚫렸는데 이리도 한심한 발언 하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 CNN·BBC "北 공격 억제 시도" vs NBC·NYT "북핵 억제 모든 노력 실패"
우리 정치권의 반응처럼 해외 주요 외신들의 평가도 갈렸다.
미국 CNN 방송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최근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진행된 중요한 만남"이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번영의 '린치핀(중심축)'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영국 BBC도 “미국이 한국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이 협정은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기 위한 시도”라며 “그 대가로 한국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NBC 방송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를 인용해 "어떤 군사적 가치도 없다. 이번 선언이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데 그친다"면서 "한국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한국 대중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해 자살골을 넣는 결정을 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황에서, 한국이 자체적인 (핵) 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의 확산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지난 30년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활동과 제재, 개발 지원 약속 등 모든 노력이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별도의 핵협의그룹(NCG) 창설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 △정보 공유 △핵 포함한 미 역량 총동원 지원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재확인 등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평가가 나뉠 순 있겠지만, 이는 한미 동맹의 중요한 '이정표'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게서 확신한 신뢰를 구축한 만큼, 안보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서 "확장 억제를 통해 핵·위협을 막아내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어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의 전략이나 전술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