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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이 부르면 가야하나’…탈퇴한 4대그룹의 고민

2023-05-11     안병용 기자
김병준(왼쪽) 전경련 회장직무대행과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이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 조성 발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10일 도쿄 경단련회관에서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 진행상황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4대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복귀할까.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위상 회복을 노리고 있는 전경련의 구애가 노골적이다. 4대그룹이 어떻게 화답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한일·일한 미래파트너십 기금 출범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 중 하나는 4대그룹의 참여 여부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통하는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을 앞세운 전경련이 올 들어 정부의 경제 관련 행사를 주도하면서 4대그룹에 사실상 복귀를 요청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지난 2월 취임 당시부터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는 전경련을 만들면 4대그룹뿐만 아니라 누구든 전경련과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4대그룹 복귀’를 선결과제로 꼽은 듯한 인상을 줬다.

실제 이후 진행된 3월 한일정상회담과 4월 한미정상회담 모두 김 회장 직무대행 손에서 4대그룹을 포함한 경제사절단 명단이 정부에 제출되자 재계에선 “4대그룹이 복귀 수준을 밟는 것 아니냐”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전경련이 대통령 행사를 연이어 주최한 것은 여당과 정권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얘기 아니겠느냐”라고 풀이했다.

김 회장 직무대행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출신이다. 20대 대선 과정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역임했다. 윤 후보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결국 4대그룹이 윤석열 정부와 접점을 이어가려면 일단 전경련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 직무대행 역시 미래파트너십 기금 출범 기자회견에서 “산업, 경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면 전경련 멤버가 되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한일‧한미 정상회담 때에도 국가의 일이기 때문에 4대그룹도 기꺼이 참석했다”며 거리감 좁히기에 나섰다.

하지만 4대그룹으로서는 여전히 전경련과 손잡기가 껄끄럽다. 과거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하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직접적인 연루자로 지목돼 수감생활을 하고 쇄신도 약속했기에 재가입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 반감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어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상의는 문재인 정부에서 ‘패싱’을 당했던 전경련 대신 맏형 노릇을 했던 경제단체다.

이에 따라 4대그룹이 당분간 전경련과의 협력을 이어가더라도 개별적으로 구체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기업마다 정권의 입김을 신경 쓰는 경우,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로 나뉜다”면서 “윤석열 정부에서도 재계의 입장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