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5‧18 민주화운동 추모식 참석…“할아버지는 학살자이자 위선자”
“5‧18 당사자들, 비자금 문제 때문에 잊으려 발악 아닌 발악”
2024-05-18 최나영 기자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5‧18 광주 민주화운동 43주년인 18일 “제가 그 시절에 태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역사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국민으로서의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전우원 씨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전두환 정권의 2인자라고 불리는 장세동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우원은 5‧18 때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장세동 전 공수특전사령부 작전참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전우원 씨가 5‧18에 대해 사과했다”는 질문에 “(이번에 사과한 전두환) 손주는 그때(1980년 5월)는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우원 씨는 이날 방송에서 “저희 온 나라 국민 포함해서 전 세계에서 교육에 있어서 역사를 배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희가 그때 태어나지 않았어도 충분히 배우고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이어 “역사 속에서 과거에 있던 분들이 큰 죄를 저지르고 거기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나 사과나 해명이 없이 그냥 세상을 뜨시거나 그런 과정에서 그냥 잊혀진 역사로 되면서 피해자 분들의 한이 하나도 안 풀어지고 이럴 경우에는 그 후대에 오는 세대에 충분히 사죄를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며 “또 하시는 말씀 중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사자 격인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나 진실을 부정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는 “자존심도 크고 가족들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것도 클 것 같다”면서도 “그냥 자존심에 관련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제가 아는 바로는 그때와 연관돼 비자금 문제도 굉장히 크다”는 생각을 전했다.
그는 “비자금 관련 문제가 최대한 불거지지 않으려면 그냥 역사적으로 사람들이 최대한 이 일에 대해서 잊고 혹시나 기억하더라도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하고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만 기억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계속 이렇게 어찌 보면 발악 아닌 발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할아버지 전두환씨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엔 “학살자이자 위선자”라고 답했다.
한편 전우원씨는 전날(지난 17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 추모식과 전야제에 참석했다. 전두환씨 일가가 5‧18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도 광주에 머무르고 있다고 전한 전우원씨는 “(미국에서 온 뒤) 횟수로 하면 네 번째 (광주 방문)”이라며 “아무래도 5월18일이 민주화 운동이 시작됐던 날이기 때문에 저희 가족의 죄가 좀 더 크게 느껴지고, 또 제가 광주에 올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