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수주셈법 복잡해진 건설업계...“대형 사업지도 유찰”
상반기 시공사 선정 사업장 대다수, 특정업체와 수의계약 원자재값 상승‧미분양 우려에 수주 ‘신중모드’…출혈경쟁 회피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주요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주전이 예상과 달리 싱겁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대형건설사들이 총 출동해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본 입찰에서 1개 건설사가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을 겪는 사업지가 늘고 있다.
2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정4재정비촉진구역(이하 신정4구역) 재건축조합이 지난 19일 첫 공동시행건설업자 입찰을 마감한 결과 대우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1200번지 일대(구역면적 8만2065.20㎡)에 지하 5층~지상 23층, 공동주택 1660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는 5921억5043만원(3.3㎡당 745만원)이다.
앞서 진행된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호반건설 등 건설사 6곳이 참석해 이곳 시공권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번 공동시행건설업자 입찰에 대우건설만 참여하면서 조합은 곧바로 2차 입찰공고를 냈다.
신정4구역과 같이 최근 서울 대규모 정비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유찰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건설업계의 ‘정비사업 선별수주’ 움직임 때문이다. 고금리 및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은 물론 각종 정비사업에서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워지자 건설사들이 신규 수주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대다수가 경쟁 입찰이 무산되며,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최근 서울 청량리8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롯데건설과 안양 초원2단지 대림아파트 리모델링사업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엔지니어링도 경쟁사와 수주전 없이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건설업계의 신중한 정비사업 수주 활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원자재가격, 인권비 급등 여파로 공사비를 올려야 하지만 미분양 부담으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무분별한 수주는 나중에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수익성을 따지며 정비사업 수주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성이 있더라도 이미 특정 건설사로 판세가 기울어진 상황이라면 후발주자로 나서더라도 경쟁력이 없다는 건설업계의 생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