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경영선언 30주년…이재용 ‘뉴삼성’ 담금질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안병용 기자]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이른바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이 7일 30주년을 맞이했다. 삼성 재도약의 시초가 된 이 선언은 ‘국내 1등’ 수준이던 그룹을 ‘글로벌 1등’으로 도약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기업 성장의 방향을 양적 위주에서 질적 개선으로 전환하며 초일류 회사의 기틀을 닦았다는 것이다.
이 선대회장은 신경영 선언을 통해 “마누라, 자식만 빼놓고 다 바꾸라”며 철저히 변할 것을 지시했다. 그가 당시 얼마나 절실했는지는 후에 남긴 자서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선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사업 한두 개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삼성 전체가 사그라들 것 같은 절박한 심정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양보다 질 경영’은 글로벌 기업을 겨냥한 삼성의 핵심 무기가 됐다.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에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4년 256Mb(메가비트) D램과 1996년 1Gb(기가비트) D램을 세계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하며 세계 반도체 시장에 우뚝 선 성과는 ‘글로벌 삼성’을 알린 신호탄이다.
당시 일부 동남아 지역을 제외하곤 선진국 시장에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던 상황에서 삼성은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바탕으로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냈다.
2012년에는 1995년 ‘화형식’의 아픔을 겪었던 휴대폰이 절치부심 끝에 세계시장 1위에 올라 이후 스마트폰 시장을 주름 잡으며 ‘기술 삼성’의 아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30년이 흐른 현재 삼성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현실과 비슷하다. 특히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높은 벽이 그렇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세계화 이전으로 퇴보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삼성의 목표는 1등 기업으로의 영속이다. 이를 선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뉴삼성’이라고 이름 붙였다. 밑바탕은 ‘초격차 기술 경영’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 가장 주목 받는 사업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고성능 저전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초고속 통신모뎀, 고해상도 이미지센서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또 파운드리(위탁생산)도 선단 공정의 비중을 확대해 자율주행차 등 고객사를 늘리는 중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라이벌인 대만 TSMC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미래 먹거리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것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삼성전자의 인수는 지난 2016년 11월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투자한 미국 전장회사 하만이 마지막이다.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조만간 빅딜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를 위해선 이재용 회장의 새로운 신경영 선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취임사조차 내놓지 않았다. 새로운 경영철학을 공식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이 회장 역시 아버지를 능가해 효도하겠다는 뜻의 ‘승어부’(勝於父)를 직접 언급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구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일단 이 회장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모습이다. 그는 올 들어 천안캠퍼스, 아산캠퍼스 등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찾아 “삼성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첨단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기술 개발 노력을 한순간도 멈추지 않겠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쟁력 강화는 기술개발이 기본”이라며 기술력이 ‘뉴삼성’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