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매년 6~7월 주요 그룹들의 수뇌부는 한자리에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한다. 경영의 핵심 방향을 잡는다는 점에서 전략회의의 중요성은 매년 갈수록 더해간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올해도 미중 패권 갈등, 공급망 불안 등이 심화하며 경영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들은 하반기에 잇따라 전략회의를 개최한다.
먼저 삼성전자의 국내외 임원급들은 이달 하순 온오프라인으로 모인다. 한종희 부회장이 주재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20~22일 개최된다. 내달 공개하는 갤럭시 폴드5·플립5 마케팅 전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계현 사장이 주도하는 DS(반도체) 부문은 20일로 예정돼 있다. 상반기 메모리 감산 선언에 따른 업황 등 ‘반도체 한파’를 넘을 위기 극복 방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분위기가 예년과 사뭇 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선언한 ‘신경영 30주년’을 맞이해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기회만 되면 초격차 기술경영을 강조하는 이재용 회장이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낼지도 관심사다. 다만 이 회장은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이후 사업 전략 등을 보고받는 방식을 유지해 왔다.
SK그룹은 오는 15일 경기도 이천의 SKMS연구소에서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확대경영회의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최고 경영진이 한 데 모인다. 그룹의 한 축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위기를 맞은 상태여서 관련 대책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재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도사로 불리는 최 회장이 올해도 친환경 확대 등을 중점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오는 7월 하반기 경영전략 모색을 위한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을 개최한다. 신동빈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한다. 신 회장이 최근 한‧일 양국에 그룹의 미래 신성장 동력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전담 부서로 설치한 미래성장TF에 대한 역할론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TF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역할론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략회의 개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매년 7월 권역별 전략을 점검하기 위한 글로벌 법인장 회의를 열어왔다. 정의선 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도 미국서 판매가 순항 중인 아이오닉5‧아이오닉6 등 전기차의 경쟁력을 이어갈 방안을 적극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강점인 친환경성이 현대차의 판매 전략 전면에 더욱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지난달 8일부터 계열사별로 순차적으로 상반기 전략보고 회의를 열었다. 구광모 회장은 LG전자와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중장기 경영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경기 침체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