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 사건을 계기로 ‘범죄자 머그샷(인상착의 기록 사진) 공개법’ 추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범죄자 사진이 실제 모습과 달라 공개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져서다.
10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할 때 과거가 아닌 현재 인상착의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의자 얼굴 공개가 결정된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촬영해 공개하도록 했다. 같은 당 송언석 의원도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 결정 시점으로부터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필요한 경우 수사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촬영한 사진·영상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피의자가 직접 얼굴을 공개할 때도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조처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피의자 신상 공개 시 수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영상물을 공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은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때 아예 피의자를 식별할 수 있도록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명시했다.
이외에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해 구체적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가 결정됐을 때 통상적으로 신분증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법무부 유권해석으로 범죄자 머그샷 공개가 가능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피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오래 전 촬영됐거나 지나친 후보정 작업을 거친 사진이 공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정유정의 경우 지난 1일 증명사진이 공개됐지만 이튿날 포토라인에 섰을 때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눈 밑까지 올려 쓰는 바람에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고 공개된 사진도 실제 모습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역 화장실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유포한 ‘박사방’ 주범 조주빈 등의 사진이 공개됐을 때도 실제 모습과 달라 알아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